[정윤희의 현장에서]봐주기 논란 좌초한‘페북’첫 제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이 통신사들과 망사용료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통신망 접속경로를 일방적으로 변경, 무려 10개월 동안이나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접속지연을 일으킨 결과다.

글로벌 인터넷기업에 이용자 이익 침해의 책임(전기통신사업법 적용)을 물어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징금 규모도 글로벌 기업 가운데 역대 최고다. 2011년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애플이 300만원, 2014년 구글이 스트리트뷰 개인정보 무단수집으로 2억1230만원의 과징금을 냈었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않다.

페이스북은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1200만명이 접속한다.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내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과징금은 4억이채 되지 않는다. 제재가 사실상 상징적 의미에 불과한 셈이다. 과징금이 소액에 그친 것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수익을 신고하지도, 세금을 내지도 않기 때문에 정액과징금을 적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통상 전기통신사업법상 과징금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을 때 10억원 이하의 정액과징금을 부과한다.

정확한 제재 대상이 페이스북 본사나 페이스북코리아가 아닌, 대표적인 조세회피국 아일랜드에 있는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페이스북은 국내에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제재의 근거로 삼았다.

문제는 규제 당국의 태도다.

21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페이스북의 과징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예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페이스북 본사 고위 임원이 한국을 방문해 적극 소명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매출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기로 약속키도 했다. 논란이 일었던 이통사와의 망이용료 협상에도 나설 뜻을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 서버가 없는 해외 인터넷기업들은 국내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 불법을 저지른다고 해도 이를 조사하는 것부터 어렵다. 국내에 지사나 사무소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없을 경우 속수무책이다.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이 페이스북의 성실한 조사 협조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실제 적극적 조사 협조가 과징금의 감경 사유 조항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한 법 집행이 책무인 규제기관으로서 규제 형평성을 다소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방통위가 ‘봐주기’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동일한 법을 적용받는 국내 기업의 경우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백억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본사 고위 임원이 방문하면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냐는 냉소 섞인 반응도 있다.

또, 단순히 조사에 협조했다고 제재 수위를 낮추기에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겪은 불편은 너무 크다.

여기에 아직까지 페이스북과 통신사의 망이용료 협상은 난항이다. 또 다른 이용자 접속제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수익 신고와 세금 납부 또한 앞으로 페이스북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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