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그대, 진짜 개헌을 원하는가?

‘먹지도 못할 감 찔러나 보자.’

요즘 개헌안 논의를 보며 떠오르는 말이다. 청와대는 학교에서도 별 인기 없던 법학교수를 앞세워 3부작 헌법 특강을 하고, 국회는 연일 맞다 틀리다 떠들지만 정작 듣는 사람들은 ‘왜 개헌으로 지금 시끄러워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행 헌법이 대한민국에게 그렇게 맞지 않는 옷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은 없이, 개헌안의 문구, 시점 등 부수적인 문제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정치 접근법이 만든 한계다. 개헌이 왜 필요한지, 그렇다면 당장 수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대답해주는 정치인은 없고, 6월이냐 하반기냐 하는 식상한 싸움만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당 대선 공약집에 나온 문구를 헌법에 담기 위한 경쟁이 전문부터 이어지며 ‘과연 성문화된 디테일한 법률같은 헌법이 필요한가’라는 회의감까지 들 정도다.

이 사이 정작 헌법이 추구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와 번영은 시들해지고 있다. 실업률, 특히 미래 경제 주체인 청년실업률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써내려가고 있고, 기업들은 하나 둘 씩 한국땅을 떠나기 바쁘다. 이 와중 먹고사는 물가는 눈만 뜨면 올라간다.

안보 역시 최악의 상황에서 잠시 벗어났지만,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는 여전히 상존해있다. 사회적으로도 대형 화재와 해상 사고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부터 교훈은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 기분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정치권이 개헌을 이야기하는 속내는 ‘권력구조’ 때문이다. 이미 권력을 잡은 자, 또 미래 권력을 잡으려는 자, 다시 지금의 권력을 지키려는 자 모두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는 불만이다. 미국식으로 한 차례 재신임 선거를 통해 8년까지 임기를 늘려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거나, 또는 현행 단임제 아래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국회 또는 지자체로 이양해 권력 집중의 폐단을 완화하고자 하는게 정치권의 속내다. 개헌은 이 같은 대통령의 권력 취득, 향유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속전속결로도 가능한 사안이라는게 정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개헌의 핵심은 접어둔 채 법률로도 충분한 사안들, 토지 문제나 조세 문제, 내외국인 차별 등 부수 사항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지금의 개헌 논의는 실상 ‘개헌하지 말자’라는 정치 언어로 읽히는 이유기도 하다.

지금 개헌을 통해 만드는 헌법은 결코 영원한 것이 될 수 없다. 분단 상황에서 만들어진 헌법이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이라는 역사상 중대 변수가 발생하면 지금의 헌법은 서문부터 마지막 항까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에 지금 만드는 헌법에 너무 무결점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또다시 고쳐야 할 법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여당, 그리고 야당과 정치권이 진짜 개헌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개헌을 원한다면, 지금 개헌에 필요한 핵심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합의하면 된다. 현행 헌법도 민주화도, 또 경제 선진화도 만들어왔고 또 만들고 있기에 결코 못 입을 정도로 엉망인 옷이 아니다. 단순히 대선 기간 공약을 이행한다는 명분에 집착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개헌을 말하는게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접근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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