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밀어붙인 설악산 케이블카…검토보고서 정부 개입 있었다

환경부, 비밀TF 꾸려가며 사업추진 관여…4대강 조사 결과 이르면 내달 공개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과정에서 정부 당국이 민간위원회의 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내부 비밀TF까지 꾸려가며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지난 9년간 환경부의 폐단을 조사ㆍ개선하기 위해 환경분야 민간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환경부의 케이블카 비밀TF 구성ㆍ운영 관련 문서 중 일부. [사진=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차례 부결됐다가 2015년 8월 조건부 가결됐다. 이후 2016년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가 양양군의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불허하며 사업이 무산될 뻔 했으나,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서 조건부 승인 처분이 내려지며 재추진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재추진된 배경에는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악관광활성화를 위한 케이블카 설치 정책건의와 “설악산 케이블카를 조기 추진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이 있었는 주장이다.

이에 환경부는 2015년 케이블카 비밀 대응TF를 구성하고 사업자인 양양군을 대신해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준비하는 등 의결에 관여했다. 이 TF는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작성에도 개입하는가 하면, 양양군과 현장조사 계획을 사전 모의하는 등 사업 진행과정에서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 위원회 조사 결과다.

또 위원회는 국립공원심의위원회에 제출된 자연환경영향평가서 역시 학계의 설치 반대 의견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 개체 숫자도 조작해 심의 내용에 심각한 하자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환경부 장관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재검증하고, 사업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 사업추진자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에 동의해선 안된다”고 요구했다.

한편, 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이어 이르면 내달 중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중인데, 위원회에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세세히 들여다 볼 순 없지만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이르면 4월 중 환경부에 전달할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ㆍ법률 전문가들이 도출한 결과인지라 정부 당국에 권고 수용을 강제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환경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결과를 외면하는 것은 환경부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위원회가 공개할 4대강 관련 조사 결과는 환경영향평가 축소 은폐 의혹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평가가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여러 사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환경영향평가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문서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부분적으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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