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구속된 이명박, 법원 “범죄 많은 부분 소명ㆍ증거인멸 우려”(종합)

-李,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예정

-임기 중 비리로 구속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이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구속하기로 22일 결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ㆍ노태우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비리로 구속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면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11시 6분께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법원 결정을 기다리던 이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0시 6분께 검찰과 함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자택에서 나온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검찰 측에서 마련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소환조사를 맡았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와 송경호 특수2부장검사가 동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영장 발부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지금 이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는 자필 편지글을 올렸다. 그는 편지글에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고 했다.

법원의 구속 결정은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수사를 할만큼 범죄혐의가 뚜렷하게 입증됐다는 의미다. 특히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전제로 한 뇌물ㆍ횡령 등 핵심 혐의가 상당부분 증명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당선 무효 사유가 될만큼 범행이 중대한 점도 구속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또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핵심 증인과 말을 맞춰 증거를 없앨 수 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공개 비난하거나 압수물을 국가기록원에 반납하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같이 피의자가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경우 법원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총 18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 19일 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죄목만 뇌물ㆍ횡령ㆍ조세ㆍ국고손실 등 6가지에 달한다. 이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여야만 성립할 수 있는 범죄다.

검찰은 그가 다스를 실제 소유하면서 348억 원을 빼돌려 선거비용과 촌지 비용, 차명재산 유지관리비 등 개인 용도로 썼다고 결론내렸다.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바라던 삼성전자에 다스 미국소송비 67억 원을 대신 내도록 하는 등 110억여 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도 있다. 김성호ㆍ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3년에 걸쳐 특수활동비 7억 5000만 원을 뇌물로 상납받은 혐의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밖에 ▷다스의 미국 소송 등 사적인 일에 청와대 공무원들을 동원하고 ▷퇴임 후 청와대 문건 3400여 건을 무단반출해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보관했으며 ▷31억여 원의 세금을 떼먹은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지난해 10월 ‘BBK 주가조작사건’ 피해자인 장용훈 옵셔널캐피털 대표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김진모 전 청와대 비서관과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받았다는 10억 여 원의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 이같은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빠져있다. 검찰이 현대건설에서 다스 자회사에 준 2억 원 대 용역을 뇌물로 보고 수사하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이 뇌물 액수는 재판에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