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평화로드맵에 낀 ‘볼턴’ 리스크

트럼프, 안보보좌관에 볼턴 임명
‘대북강경파’로 한반도 정세 비상
북미 정상회담도 물거품 가능성

대북 강경파 중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2일(현지시간) 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미국에서도 대북군사공격과 북한 비핵화를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인사가 새 안보수장에 등극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 남ㆍ북ㆍ미 평화로드맵에 제동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경질하고 볼턴 전 대사 임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신임 보좌관이 다음달 9일부터 근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부각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직 시절인 2005년 8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볼턴 신임 보좌관은 부시 행정부 내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꼽혔다. 유엔대사 시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선도하고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구체화한 바 있다. 2003년에는 북핵 협상 미국 대표단에 포함됐으나, 북한과 말폭탄을 주고받다가 결국 6자회담 대표단에 제외되기도 했다. 유엔 대사 퇴임 후에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반대해왔다.

볼턴 신임 보좌관은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만 제재완화 및 북미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리비아식’ 비핵화론자이다.

볼턴 신임 보좌관은 전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해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는 없으며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행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와 함께 제재완화나 핵동결에 따른 단계적 제재 완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외무성 대변인 논평을 통해 “리비아 핵폐기 방식이란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리비아식 핵폐기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포괄적ㆍ단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도 다르다.

볼턴 선임보좌관과 북한과의 악연도 문 대통령이 구상한 남ㆍ북ㆍ미 정상회담까지의 로드맵을 흔드는 요인이다.

2003년 6자회담이 이뤄질 당시 당시 미 국무차관이었던 볼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체제 하의 북한은 “지옥”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북한은 북핵 관련 다자회담에서 볼턴을 “인간쓰레기”라며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볼턴 신임 보좌관은 유엔 주재 미국대사 시절 2006년 유엔의 첫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를 주도하는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대대적은 대북제재를 추구해온 바 있다. 부시정권 당시 볼턴은 북한을 ‘생물학무기 개발국가’로 거명하고, 국가안보위협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볼턴 신임 보좌관의 강경기조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이) 기존에 어떻게 해왔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지금 상황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니셔티브와 의지를 갖고 가고 있기 때문에 한미 정상을 포함 다각적 채널을 통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볼턴 내정자는 예전 국무차관에 있으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새로운 내정자와 같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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