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통상전쟁]G2 ‘고래싸움’에 한국경제 ‘초비상’…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도 위험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투하해 미ㆍ중 두 대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교역대상 1, 2위국으로 이들의 무역전쟁 ‘유탄’이 한국으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목표가 무역적자 축소와 일자리 창출인 만큼, 한국도 미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들 G2(주요 2개국)의 무역전쟁으로 미중 양국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한국의 수출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타격을 받는 업종도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많이 들어가는 반도체를 포함한 중간재 등 주력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G2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2000년대 이후 3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수출(5737억달러) 가운데 24.8%(1421억달러)가 중국, 12.0%(689억달러)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G2에 대한 의존도가 36.8%에 달한 셈이다. 여기에 동남아ㆍ중남미 국가 등을 통한 간접수출까지 포함하면 G2 비중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두 강대국의 무역전쟁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역 구조상 중국의 대미 수출은 의류에서부터 컴퓨터ㆍ휴대폰ㆍ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엔 한국에서 수입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각종 전자부품 등 중간재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중 통상마찰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 총액(3172억) 가운데 대중국 수출 비중이 29%(920억달러)에 달했다며, 반도체 등 전자제품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간재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기준 64%로 압도적인 상태에서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이번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으로 일부 품목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산 제품의 관세가 크게 올라가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산 휴대폰이나 TV 등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사이익은 한국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체적인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트럼프 미 정부가 중국산 대신 한국산 수입 확대를 용인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이미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 수입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양국의 무역전쟁이 양국은 물론 지난 70여년 동안 자유무역을 통해 번영해온 세계경제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상에 따라 중간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산업생산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고, 무역전쟁이 확대되면서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수출에 의존해오고 있는 한국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 회복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회복 모멘텀을 얻은 우리 경제가 ’고래싸움‘이라는 최대 복병을 만난 셈이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