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든 게 내 탓” 자책했지만 때 놓치고 구속된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23일 새벽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영장을 집행하는 검찰측 관계자와 함께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표정은 만사를 내려놓은듯 덤덤해 보였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기는 이번이 네번째다.

더욱이 전ㆍ노 전 대통령처럼 23년만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 수감되는 부끄러운 기록도 남기게 됐다. 언제까지 이런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돼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수수 등 10가지가 넘는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범죄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범죄의 중대성 및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피의자가 전직 대통령인데도 이같이 결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범죄사실이 심각한데도 본인은 부인으로 일관하니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법원이 법리와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

정작 안타깝고 딱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그는 시종 ‘정치적 보복’을 주장하며 영장실질심사 출석조차 거부했다. 그러면서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도 없었다. 어떻게든 사법처리 모면하기에 급급한 듯한 모습만 보인 것으로 전직 대통령다운 처신이 아니다.

설령 그의 주장대로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국민들 앞에 소상히 밝히고,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대통령을 지냈던 지도자의 자세와 품격이다. 구속영장이 집행되고서야 “모든 것이 내 탓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지만 그 시점이 너무 늦었다.

이제부터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은 달라져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는 과거 정권의 관행적인 일들로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 판단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몫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도곡동 땅, 불법 사찰 등의 의혹에 대해 한치의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그게 사상 최다 표차로 대통령 당선의 영예를 안겨준 국민들에 대한 보답이고 최소한의 사죄다.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가 계속되는 것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제도적 탓도 적지않다. 개헌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화급하다. 정치권이 더 분발하기 바란다. 수의 입은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건 이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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