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당위성

2018년 대한민국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당위성을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얻어낸 소중한 과실로서 지방민주주의의 징표인 지방자치는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측근비리, 국정농단 등 수많은 문제와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에 따른 역기능 현상을 보며 더 이상 ‘87년 헌정체제로는 국민을 위한 국가의 소임을 다해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정부에 분권형 헌법 개정에 대한 기대를 거는 이유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미완으로 남겨두었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과제들을 보다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가야만하는 시대적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약 27년의 지방자치의 경험은 여러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이라는 국정운영체계에 큰 힘이 되었다.

국가의 주요정책이 민생의 주체인 주민들에게 가장 근접한 곳에서 그 지역의 여건에 맞게 체감되었고, 그것이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었다.

작금의 지방정치ㆍ행정의 환경은 보다 강화된 자치분권의 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어려운 헌법 개정보다는 법률 개정으로 보다 확대된 자치분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현행 헌법이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 자치분권의 핵심적 내용이 법령에 위임되어 형식적 지방자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고 있다.

주민에게 양질의 행ㆍ재정서비스를 창출하고 배분하는데 행사돼야할 자치권이 국가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어놓아 지방이 자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설사 법을 개정하려고 해도 국회와 중앙부처는 비협조적이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수많은 자치분권 개혁 입법안이 사장된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권마다 지방분권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자치분권 강화를 외쳤지만 에너지만 낭비한 꼴이 됐던 이유이다.

현행 헌법체계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과 잠재적 능력을 사장시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자기 여건에 맞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지원해주는데 있다. 자녀의 모든 문제를 간섭하고 통제해 대신 결정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 돼 가정을 이룬 자녀에게는 그들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혁명기의 자코방과 나폴레옹적 중앙집권주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후견인제도를 두어 지역의 보호자ㆍ감독자 역할을 했으나, 1982년 프랑수와 미테랑 사회당 좌파정권에서 이를 폐기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획기적인 자치분권화의 시대를 전개할 수 있었다.

이어 자크시락 대통령은 재중앙집권화의 흐름을 차단하고 자치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국가의 행정조직을 분권화하는 개혁으로, 헌법 제1조에 ‘프랑스 공화국조직은 지방분권화이다(Son organisation est dcentralise)’라고 규정하면서 자치분권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시각에서 제시했다.

우리도 개정 헌법에 국가의 성격규정을 명확히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연계성 확보 및 주민참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자치분권을 규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와의 권한배분에 있어 각 계층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모든 권한에 대한 결정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충성의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

한편 자치단체의 자치재정력을 강화해 과세자주권, 권한과 재원의 동시배분,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확립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리고 촛불정신으로 표출된 실질적 주권자로서 주민의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행정기관과 주민의 관계는 더 이상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어린아이’,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관계가 아니다. 지방은 자기의 역량을 그 지역 여건에 맞게 가치화해 지역발전을 이뤄내고,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해내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2018년 대한민국의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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