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의 리썰웨펀] 국방부에 자동차회사 사브(SAAB)가 나타났다

-방위사업청, 해상초계기에 1조9000억원 책정

-한국 시장에 뛰어든 사브, 과연 기술이전 어디까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군 당국이 지난달 해군이 사용할 해상초계기(MPA:Maritime Patrol Aircraft)를 해외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해상초계기란 바다 위에서 적의 잠수함, 함대, 기뢰 등을 상대로 작전을 벌이는 항공기다. 망망대해에서 적 잠수함이나 함대를 먼저 발견하면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아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해군참모총장(해군대장)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군사무기 개발 및 구매 관련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해상초계기를 해외에서 사오기로 결정했다.

현재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해상초계기는 미국산 P-3으로, 이를 대체할 최신 기종으로는 역시 미국산인 보잉의 P-8A(포세이돈)이 유력하다.

한국군의 첨단 무기체계는 대부분 미국산이고, 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어 이 판국에 非미국산 기종을 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바늘 구멍에서 새나오는 한줄기 빛에 희망을 거는 도전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해상초계기 1대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해,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방위사업청, 해상초계기에 1조9000억원 책정=방위사업청은 이 사업에 1조9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은 최근 노르웨이, 인도에 P-8A를 1대당 2500억원~2800억원에 팔았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보잉 P-8A 6~7대를 살 수 있는 셈이다. 1조원이 넘는 예산 규모에 스웨덴 자동차 회사 사브(SAAB)가 반응한 것이다.

사브는 자동차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1921년 설립된 스웨덴 항공회사, 1932년 설립된 스웨덴 철도회사의 항공기 제조부서가 1937년 합병되면서 탄생한 군수업체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1940년 독자기술을 이용해 먼저 폭격기를 만들었다. 이를 미군 중심의 연합군, 스웨덴군에 납품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자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보다 군수업체라는 정체성이 더 가까워 보인다.

사브는 이미 전투기,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잠수함, 수중로봇, 함대 미사일 및 어뢰 등 다양한 첨단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사브는 이미 개발한 조기경보기 ‘글로벌아이’를 기반으로 해상초계기 ‘소드피쉬’를 개발하고 있다. 이 소드피쉬가 한국 해상초계기 사업에 ‘출품’할 기종이다. 소드피쉬에는 360도 탐지 가능하며, 탐지거리 최대 592㎞인 AESA 레이더가 탑재된다.

일단, 사브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다. 1조9000억원의 예산이라면 사브의 해상초계기 ‘소드피쉬’ 10대를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잉보다 더 저렴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에 덤까지 약속했다.


▶한국 시장에 뛰어든 사브, 과연 기술이전 어디까지?=사브는 한국이 소드피쉬를 사면 에이사(AESA) 레이더 기술을 이전해 주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한국은 한국산 차세대 전투기 KF-X의 핵심 부품인 AESA 레이더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만약 사브가 AESA 레이더 기술을 이전해 준다면 한국으로서는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KF-X 시제기 2021년 출고, 2022년 초도비행 실시, 2026년 개발 완료라는 플랜도 단축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AESA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실무진은 사브의 호언장담에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해외업체들이 무기를 사면 뭘 더 주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준 적이 있었던가”라고 반문하며 “막상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딴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은 이전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는 구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꼼꼼하게 어떤 기술을 이전해줄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윈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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