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여성스러운 외모, 일 못할 것 같은데…” 수험생 울리는 면접 성희롱

-외모 평가하고 일과 연결시켜 합리화

-여성 지원자에게만 결혼 계획, 자녀 계획 묻는 등 성차별 질문도

- 수험생 “떨어지지 않으려면 웃을 수밖에 없었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1. “가슴이 너무 커서 뉴스랑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아나운서 준비생 윤다정(가명ㆍ여) 씨가 2년 전 한 남성 면접관에게 들은 말이다. 윤 씨는 당시 기분이 상했지만 떨어질까봐 내색조차 못했다. 윤 씨는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외모평가를 하면서 인신공격까지 하는 데도 웃으면서 ‘잘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 “우리는 여자 같은 직원은 안 좋아한다” 취업준비생 박소희(30ㆍ여) 씨가 최근 중소기업 면접자리에서 들은 말이다. 자신을 동물에 비유해보라는 질문에 박 씨가 ‘토끼’같다고 답했더니, 한 면접관이 대뜸 “여성스러운 취향인 것 같다”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하나하나 따지면 곤란하다. 곰 같은 직원이 더 좋다”고 말했다는 것. 박 씨는 곰처럼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외치고 면접실을 나와 울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굴욕감에 몸이 떨린다”고 털어놨다.

최근 미투 운동(#MeTooㆍ나도 당했다)이 이어지면서 면접자리에서 겪은 성희롱에 대한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이 지원자의 외모에 대한 평가다. 지원자의 얼굴이나 몸매를 평가하는 것은 그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다. 그러나 지원자의 외모를 대놓고 평가하거나 외모와 직무 능력을 연결시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수험생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사진>123RF

취업준비생 윤모(28) 씨는 작년에 실무면접에서 “생긴 게 여성스러워서 일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뒤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윤 씨는 “전혀 납득이 안 가지만 주변에서 이런 경우가 꽤 있다”며 “면접 볼 때 일부러 바지를 입는다거나, 화장을 안 하고 가는 등 일부러 여성성을 숨기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성차별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취업준비생 김모(29ㆍ여) 씨는 다대다 면접에서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들만 골라서 결혼과 아이 계획을 묻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김 씨는 “남성 지원자에게는 언제 결혼할지 묻지 않지만 꼭 여성지원자에게만 묻는 것 자체만으로도 회사에서 여성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면접을 잘보기 위해서 연애는 관심도 없다고 어필해야 했다”고 말했다.

면접장에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 이를 문제제기란 쉽지 않다. 불합격 통보를받는 두려울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히는 일이 무섭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윤아름(31ㆍ여) 씨는 “면접관이 일 잘하게 생겼다고 했던 게 두고두고 기분이 나빠 항의라도 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업계에 소문이라도 날까봐 아무 말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정부는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고나섰다.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년도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소지가 있는 질문을 하는 행위, 펜스룰의 명분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행위 등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라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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