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책의 해

“지금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은 모두가 대단한 독서국가였다. 그러나 문예부흥을 출발시켰던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은 독서국가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유럽국가 중에서는 제2선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는 근대화에 뒤처지면서 독서의 후진국이 되었다. 독서의 결핍이 후진사회의 요인이 되었다. (……) 불행하게도 우리도 독서부흥의 시기를 갖지 못했다.” 이는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자신의 한 베스트셀러 후기에 쓴 글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을 ‘책의 해’로 선포했다. 문체부는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라는 포부와, 공공도서관 건립과 창작지원금 확대와 우수문예지 발간, 그리고 문학의 날 제정 등의 계획을 밝혔다. 출판업계나 유통망의 문제점들도 줄이고 책의 콘텐츠 작업도 체계화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자율적인 독서 동아리 모임이나 독서 프로그램도 활성화될 것이다. 시인 출신의 문체부 장관이 책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내놓은 정책들인 만큼 더없이 신뢰가 간다. 하지만 1993년 ‘책의 해’가 선포되고 24년이 지난 2017년의 독서 실태를 보면, 성인 10명 중에 4명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2018년 ‘책의 해’를 다시 맞아, 비슷한 결과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은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일부 이어받은 미국 작가 포리스트 카터의 작품이다. 부모를 잃은 한 소년이 인디언 부족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슬하에서 자라는 이야기이다. 글자를 모르는 할아버지와 어린 소년을 위해 할머니는 매주 두 번 책을 읽어준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갈 때면 어떤 책을 빌릴지, 세 사람의 의견이 분분하다. 석유 등잔을 켜놓고 할머니가 책을 읽을 때는 할아버지의 흔들의자가 딱 멈추기도 하고, 책 속의 등장인물 중 누구 편을 든다던지, 이해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 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하지만 소년은 이 시간을 통해 흔들리는 불빛과 함께 영혼 깊숙하게 전해오는 온기를 체험한다. 인디언 조부모는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통해 아이에게 정서적 변화와 영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빛나는 능력을 갖게 해준 것이다.

독서부흥을 위해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책을 멀리 하고는 견디기 힘든 영혼의 상태를 어린 시절에 체험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책을 통해 영혼이 따뜻했던 순간을 경험한 사람은 책의 은밀한 능력과 비밀을 터득하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보다 책이 주는 재미와 떨림을 더 즐거워하게 되는 것이다.

막 책을 읽기 시작하는 혹은 글을 깨치는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가 독서의 등불이 되어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같이 체득된 독서습관은 어른이 되어서 본능적인 기쁨을 따라 책을 잡게 해줄 것이다. 독서부흥이 정부의 시책이나 국가의 주도만으로 역부족인 이유다.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가정의 책읽기 문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결국, 독서 국가가 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물질을 지배하는 힘이 무엇인가 알기 때문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