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UAE서 개헌안 발의

‘대통령 4년연임’ 등 전자결재로

[아부다비=홍석희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UAE 현지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수도조항 명시 등을 골자로 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전자결재 방식으로 서명한다. 국회 본회의까지 직통으로 이어지는 ‘개헌열차’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순방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국회 연설 등 개헌안 통과를 위한 야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UAE 현지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안건에 전자결재로 서명했다. 전자결재는 서명결재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안을 미국 순방 이후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전자 결재로 승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전자 결재는 개헌안 국무회의 상정, 개헌안 국회 송부, 개헌안 공고 등에 세차례 필요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전문(前文)과 11개장 137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대통령 개헌안을 의결했다.

이 총리는 이날 모친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헌법은 개헌안 발의권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와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국회는 개헌에 관해 아무런 진척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개헌 논의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개헌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국회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에 차질이 없는 시점까지 개헌안에 합의해 주신다면 정부는 수용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못한다면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가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헌안은 문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되고, 문 대통령은 UAE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함께 개헌안의 공고를 승인한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오는 5월 24일 이전에 찬반 표결을 해야 한다. 청와대는 개헌안 발의 이후 대통령 국회 연설과 여야 지도부 면담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4면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5월 25일에 국민투표일을 공고한다.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 공고를 투표일 전 18일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5월 24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느냐다. 현재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것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116석)이 개헌 저지선(98석)을 확보한 만큼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예고된 이날 야당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를 ‘사회주의 헌법개정쇼’라고 규정하며 “한국당은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 폭주를 막는 국민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야 4당과 협력해 반드시 분권형 대통령·책임총리제(가 담긴) 국민 개헌안을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개헌안의 발의로 ‘개헌의 문’이 닫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리는 것이라고 본다”며 “남은 기간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한다면 이를 존중하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