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시간’으로 넘어간 개헌…여야는 세력 기싸움 중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는 세력 싸움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소수 정당의 협력을 요구하면서 구애에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자고 개헌을 하는데, 문 대통령은 오히려 점점 제왕이 되고 있다”며 “야4당이 협력해 반드시 국민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문재인 정부가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 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야당을 겨냥해 “개헌 주체가 될지 낡은 호헌세력으로 머물지 국민이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4개 교섭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8인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의 구애 미끼는 ‘비례성 강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표되는 비례성 강화제도는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 유리하다. 이들에게 선거구제를 약속해주고 연대하면 개헌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일단 바른미래당는 자유한국당 손을 들어줬다. 김동철 바른미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야4당이라도 먼저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국회 주도 개헌,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을 위한 책임총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 합의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평화당는 책임 총리제에는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연대에는 거리를 뒀다. ‘한국당을 믿을 수가 없다’는 이유다. 한국당이 개헌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한 뒤, 선거구제 문제는 내쳐버릴 수 있다는 염려가 섞였다.

한 평화당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정말 한국당은 믿을 수가 없다”며 “양두구육(羊頭狗肉)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차라리 선거법을 먼저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진보, 보수 진영 사이에 쌓인 불신이 야권연대를 가로막았다.

민주당에는 청와대 발의를 옹호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한국당이 제안한 ‘야4당 개헌협의체’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것도 불신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도 4인 선거구제 도입이 유력했지만, 무산됐다. 소수 정당은 이를 ‘거대 양당의 야합’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같은 상황이 개헌논의 과정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소수정당을 거대 양당이 갈라치고 개헌이 무산되면, 비례성 강화는 흐지부지 넘긴다는 의심이다. 비례성 강화가 확정되지 않으면 소수정당은 확실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는다면 문 대통령이 분권형 권력구조를 내놓아야 한다”면서도 “한국당과 스크럼 짤 일은 없다. 민주당 없이는 개헌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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