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PT 준비회의만 10회 이상” LGDㆍ정부 한뜻 中관세폭탄 막아

- 中정부 무관세 품목에 8% 세율로 재분류 ‘딴지’
- LGD-기재부-관세청 WCO 설득위해 PT까지 요청
- PT 준비회의만 10여차례…中 지지했던 美도 입장 선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의 8% 관세폭탄을 민관의 적극적인 공조로 극복하면서 향후 미국과 중국 등과의 통상 전쟁 대응에 모범 메뉴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세수확보와 자국 산업보호 차원에서 상품분류 기준을 관세율이 높은 코드로 재분류해 국내 수출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LG디스플레이 ‘탭 본딩’ 장비도 본래 무관세였던 ‘기타 고유기능의 기계장치’에서 8% 세율이 부과되는 ‘전기식 용접기’로 재분류하고 3년 전까지 소급 적용하겠다고 압박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패널 공장 전경 [제공=LG디스플레이]

▶2016년 ‘마른 하늘에 날벼락’=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수출하는 모듈장비인 ‘탭 본딩’ 장비에 대해 무관세 판정을 받기까지는 꼬박 2년이 걸렸다.

탭 본딩 장비란 액정표시장치(LCD) 모듈공정에서 패널 상판과 하판 사이에 전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드라이브 집적회로(IC)가 붙어있는 필름을 결합(Bonding)하는 장비를 말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수출하는 LCD제품의 모듈공정을 위해 광저우와 난징, 연태 지역에 모듈공장을 두고 있다.

이번에 무관세 품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뿐만 아니라 난징과 연태 모듈공장으로 수출되는 탭 본딩 장비까지 관세폭탄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기획재정부, 관세청과 공조해 분쟁 대상 물품의 분류논리를 개발하고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회사는 2016년 6월 관세청에서 개최한 아시아 주요국 품목분류 세미나 자리에 참석한 중국측 관세청 품목분류 당국자를 대상으로 ‘탭 본딩’ 장비에 대한 기능, 용도, 작동원리 등을 설명했다.

그 결과, 중국 당국자는 해당 장비에 대한 품목분류가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세계관세기구(WCO) 품목분류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WCO 품목분류위원회는 156개국의 회원국 위원들이 품목분류 분쟁 국가의 의견을 듣고 최종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 때문에 ‘한국 팀(LG디스플레이-기재부-관세청)’에겐 불리한 상황이었다.

WCO에 LG디스플레이 안건이 상정된 때가 2017년 9월이었지만 1년이 넘도록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것도 중국의 영향력에 부딪힌데 따른 것이었다.

한국팀은 LCD산업의 이해도가 낮은 WCO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요청했다. 프리젠테이션 준비 회의만 10여차례를 진행하며 모듈 장비와 사용 원재료의 특성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동영상까지 제작했다. 


▶십년같았던 ‘2시간 20분’= 지난 13일 열린 WCO 2차 심의는 2시간 20분동안 진행됐다. 기재부 산업관세과 이호섭 과장, 김동현 사무관, 관세청 세원심사과 윤남희 사무관, 관세평가분류원 김진용 팀장, 유종숙 팀장, 그리고 LG디스플레이 수출입지원팀 배재영 전문위원, 송석호 책임, 전백기 선임 등이 참석했다.

‘한국 팀’의 프리젠테이션과 질의응답 후 WCO 위원회는 참석 위원수 44명 중 32명이 찬성 표를 던지며 최종적으로 한국 손을 들어줬다..

특히 마지막까지 중국 측을 지지했던 미국이 한국 팀의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후 한국 지지로 선회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LG디스플레이에서 20년 넘게 수출입업무를 담당해온 배재영 위원은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재부와 관세청 등 정부 관계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도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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