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정부 첫 예산지침 확정, 효율성은 따져보았나

정부가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확장적 재정운용 방침이다. 당초 중기재정 계획상 2019년도 지출 규모는 5.7% 정도 늘어나는 정도인데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재정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이 429조원 규모였으니 최소한 450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얘기다. 현 정부가 사실상 처음 짜는 예산안인 만큼 돈 쓸 데가 많기는 할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의욕이 앞서 재정건정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시대가 본격화되고 저성장의 구조적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 채무가 연신 사상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의결된 2017년도 국가 결산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전년대비 38조원 증가한 660조7000억원이다. 세부 예산 편성작업 과정에서 더 꼼꼼히 쓰임새를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년도 예산에서 정부가 중점을 두는 분야는 대략 4가지다. 청년 일자리 확충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혁신성장과 안심사회 구현이 그것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적 현안이다. 특히 안전관리와 그 예방대책에 재정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이들 과제는 단지 돈만 푼다고 일거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재정을 동원한 한시적 지원은 근원적 처방이 아닌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것이다.

저출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수십조원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는 출산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온종일 돌봄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데 예산을 중점 지원한다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 등 발상의 전환이 따르지 않은 채 예산만 늘린다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 편성 방향의 목표는 ‘국민이 체감하는 내 삶의 질 개선’이다.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예산안에 통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예산 쓰임새의 효과다. 예산 짜기에 앞서 청년일자리와 저출산대책 등 핵심 정책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기 바란다. 문재인정부의 간판이라 할 혁신성장 관련 사업도 지원과 함께 규제를 완화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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