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車양보…국내 완성차 업계 ‘엎친데 덮친격’

- 美서 생산된 獨ㆍ日 브랜드 車 ‘위협적’
- 지난달 벤츠ㆍBMW 판매량, 르노삼성ㆍ한국지엠 웃돌아
- 픽업트럭 관세 유지도 장기적으로 美 수출 악영향 ‘전망’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美 철강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부문이 결국 희생양이 되며 국내 완성차 업계에 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시장에서 고속 질주를 이어나가는 수입차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정부는 이번 한미FTA 재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 없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환경ㆍ안전기준 완화 및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유지 등의 요구를 수용했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요구했던 ▷자동차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기존 62.5%에서 85%로)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을 위한 ‘트레이싱 리스트(tracing list)’ 확대 등 업계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이번 합의에서 빠졌다.

세부적으로는 연비/온실가스 관련 현행기준을 유지하되, 차기 기준 설정은 미국 등 글로벌 트렌드 및 소규모 제작사 제도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수입 할당량)가 현행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되고, 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간은 당초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연장했다.

일단 업계 안팎에선 미국 자동차 3사(포드, 캐딜락, 크라이슬러) 등에 대한 환경ㆍ안전기준 완화라는 ‘비관세 장벽 해소’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받을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사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2만19대. 또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 브랜드의 비중도 8.6%로 유럽(72.7%), 일본(18.7%)과는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수출되는 독일ㆍ일본차는 위협적인 부분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ㆍ기아차와 수입차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수입차 판매량이 급상승 중이다. 지난달 판매실적만 살펴봐도 메르세데스-벤츠(6192대), BMW(6118대)의 판매량이 르노삼성자동차(5353대), 한국지엠(5804대)의 판매량을 웃돌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 더 늘어난 25만6000대로 관측된다.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수출 관세 유지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 모델이 적어 그에 따른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선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SUV와 더불어 픽업트럭 라인 보강이 필수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HM)장도 “본사에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고, 본사에서도 개발 쪽으로 승인이 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현대차는 최근 미국 시장을 겨냥한 산타크루즈 기반의 픽업트럭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재협상 체결이 장기적으로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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