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습]“건물 밖은 위험해”…동선 최소화ㆍ지하로 이동 ‘숨막히는 하루’

- 주말부터 외출 못하고…마스크도 답답
- 점심시간 밥 먹고 건물로 대피 거리 휑
- “외출자제령은 임시방편일 뿐” 회의감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직장인 윤종민(30) 씨가 지난 26일 하루 바깥에 나가 있던 시간은 총 20분이 채 안 된다. 집에서 나가서 지하주차장으로 걸어가는 시간 5분, 점심시간 식당 이동 왕복 15분 외엔 외출을 삼갔다. 그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져도 마스크조차 쓰지 않았지만 지난 주말부터 목이 칼칼하고 눈이 침침해지자 미세먼지가 무섭다는 것을 비로소 느꼈다. 윤 씨는 “눈에 안 보인다고 무시했는데 몸이 상하는 느낌”이라며 “마음대로 외출도 못하는 게 답답하지만 최대한 피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텅빈 거리의 모습. [사진=정세희 기자/[email protected]]

초미세먼지 공습이 내려진 지난 26일. 시민들은 하루종일 미세먼지를 피하느라 고군분투했다. 출근길부터 마스크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서초구 직장인 이윤빈(28) 씨는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걸으면 빠르지만 일부러 지하도를 이용해 회사로 들어갔다. 이 씨는 “지하공기가 얼마나 좋겠느냐만 바깥 공기보다는 나을 것 같아 내려갔다”며 “회사 건물이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돼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봄날의 따뜻한 오후는 휑했다. 음식점이 즐비한 서울 종로1가역 인근은 평소 같았으면 직장인들과 인근 취업준비생들로 붐벼야 하지만 이날은 유난히 조용했다.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7) 씨는 “직장인들이 좀 걸어서 찾는 곳인데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겨울 미세먼지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놀이터에 아이들의 모습이 보지 않는다. [헤럴드경제DB]

날씨가 풀리고 아이와 함께 외출을 꿈꿨던 학부모들은 모두 취소하고 ‘방콕행’을 택했다. 

주말에도 미세먼지로 집안에만 있었던 아이들이 답답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직장인 학부모는 더욱 비상이었다. 학부모 정모(36ㆍ여) 씨는 유치원에 연락해 외출 프로그램이 있으면 빼달라고 연락을 했다. 정 씨는 “미세먼지 심한 날엔 눈 비오는 날보다도 더 마음이 찝찝하다.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쾌적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줘야 하는데 하루종일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동선을 줄이고 지하로 이동하고 약속을 취소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외출을 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출자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회의감을 표하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불편한 나머지 마스크조차 안 했다. 이 씨는 “처음엔 마스크도 하고 외출도 안 하려고 했는데 겨울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지쳤다”며 “초미세먼지는 마스크와 코 사이 틈으로 다 들어올텐데 아무리 용 써봤자 숨 쉬고 있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