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던 봉태규, 예측불허의 악인으로 떴다

SBS ‘리턴’ 학범役 주연못지 않는 존재감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폭력’ 의외성 어필

단순 악역에서 끝나지 않게 연구 많이 했죠
혹시 무의식에 내재? 장모님이 걱정했대요

SBS 드라마 ‘리턴’에서 악역 김학범으로 분한 봉태규(37)의 연기가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조연임에도 주연 못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이번 드라마 최고의 수혜자가 됐다. 왜 그럴까? 크게 두가지 점에서다. 첫번째는 기존 악역과는 달랐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가루지기’등 주로 코믹 연기를 해온 봉태규에게 생긴 악역 연기의 의외성때문이다.

“이렇게 까지 될 거라고 생각 안했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1~2화에서는 신이 3~4개밖에 되지 않았다. 3화에서 무려 15신이나 돼 기대를 좀 했다. 악벤저스의 악행이 드러나는 신들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4부에서 큰 반응이 나왔다. 서준희 장례식장에서 가짜로 오열하는 신이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대본상으로는 학범이 오열한다고 한줄로 돼있다. 슬픔도 포함돼 있지만 악어의 눈물도 있는 이상한 신이 되길 바랬다.”


악역은 어느 정도 패턴이 있는데 김학범이 그걸 잘 피해나갔다. 봉태규는 “헬맷으로 사람 머리를 치는 것도 있지만, 학범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행동을 한다. 연미정의 시체를 보면서 ‘미정 누나가 내 첫사랑이었어’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시신을 묻으면서 웃으면서 얘기한다”면서 “학범의 폭력성은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라 한번도 당해본 적 없는 폭력이라 강하게 다가온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른다”고 학범 캐릭터의 특성을 설명했다.

폭력성을 드러낼 때는 힘을 뺐다. 악벤저스와 할 때는 친구들 사이라 힘을 주고 연기했지만, 그 외에는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봉태구가 표현해낸 학범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아니어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봉태규는 “코믹한 나의 기존 이미지 때문에 힘들었다. 다른 이미지를 하고싶은데, 감독들이 나에게 본 것은 그런 코믹함 뿐이고. 여기에 갇히게 됐다”면서 “그런 게 학범을 연기할 때는 오히려 의외성으로 작용했다. 마치 험상궂게 생긴 격투기 선수가 키티 인형을 좋아하는 반전 같은 거다”고 말했다.

봉태규는 힘든 시절을 보냈다. 2010년 들면서 출연하기로 한 영화가 무려 4개나 엎어졌다. 몸도 안좋았고,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 자존감이 떨어졌다. 한 감독은 봉태규에게 “너는 자존심은 강한데 자존감은 낮다”고 말했다. 놓친 작품도 많았고 편 수가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 연기를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차에 KBS 단막극 ‘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2012년)를 박신혜와 같이 했다. “지금 봐도, 새로운 것은 준비돼 있지 않았고, 기존의 연기는 아닌 모습으로 애를 쓰는 게 보였다”

봉태규는 ‘리턴’도 캐스팅은 우연이었다. 봉태규는 제작사에 프로필을 보낼 연조의 배우는 아니었지만 공백이 길어지면서 프로필을 보냈다. 제작진이 쌓여있는 배우 프로필 맨 위에 봉태규 것이 놓여있는 바람에 제의하게 됐다는 것.

오랜만에 큰 역할을 맡은 만큼 연구도 많이 했다. “시놉시스에 학범은 굉장히 단순하게 기술돼 있다. 악역이 단순하게 돼있으면 소비만 하고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프로필을 보내고 첫 제의가 들어왔음에도 망설였지만 PD님이 엄청난 신뢰를 줬다. 태규씨가 하고싶은 것은 마음껏 하라고 했고, 태규 씨가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학범은 처음에는 직업이 없었지만, 사학재단 아들로 영국에 유학한 신과대 교수로 정해졌다. 사회성 짙은 대사가 많은 것도 학범 캐릭터를 황당하게 그려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영어를 할 때 영국식 액센트가 들어간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느낌이 나게 했다. 나쁜 재벌 2세의 기존 틀을 깨고 수트를 입지 않았다. 명품에 대한 개념이 없다. 차는 엄청 신경쓰지만 일반복, 일반 운동화를 착용한다.”

그는 마지막에 친구이자 악인 태석(신성록)의 넓은 품에 안겨 죽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리턴’은 여주인공 고현정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중도 하차했다. 함께 연기한 배우로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봉태규는 “18년 연기 경험으로, 이럴 때에는 내색하지 말자였다. 잘 해결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나서서 뭔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박진희 선배는 얼마나 큰 부담을 가지고 들어왔을까를 생각하면 후배로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봉태규는 악역 연기를 너무 잘해 “장모님이 아내에게 전화해 혹시 봉서방 무의식 속에 내재돼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딸을 걱정할 정도였다. 봉태규는 “이 말을 듣고 웃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 살 아들 시아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 아들이 출연을 원하고 있고, 아빠로서 육아에 더 많이 참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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