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산업-(上) 출구를 찾자] 100년 바라보던 호주 車산업, 왜 몰락했나?

근로자 1인당 비용 세계 최고
고비용·저효율로 공장 폐쇄

노조 임금동결로 ‘벼랑끝 탈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주목

지난해 10월 20일 GM 홀덴공장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100년을 바라봤던 호주의 자동차산업 역사도 함께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20여일 전에는 도요타자동차가 첫 해외 생산기지였던 알토나 공장을 폐쇄했고, 호주의 최초 현지 수입차 제조사였던 포드자동차도 멜버른과 질롱 공장의 가동을 2016년 10월 멈췄다. 1년만에 호주 자동차 공장들이 모두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호주 내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은 일찌감치 예견돼 있었다.

영국 정부의 ‘국가별 자동차산업 국제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국가리스크 등 정치적 안정성(1위), 부패지수(2위), 중등교육등록률(2위) 등 여러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유일하게 ‘피용자보수비’ 항목에서 평가 대상인 전체 25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피용자보수비는 자동차 제조사가 근로자 1명을 고용했을 때 1시간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시급ㆍ퇴직연금ㆍ사망보험ㆍ생명보험ㆍ사회보장비용 등 근로자를 고용할 때 들어가는 직ㆍ간접 비용을 1시간 기준으로 평균을 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피용자보수비는 1위인 멕시코(6.4달러)보다 8배 많은 47.7달러로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피용자보수비의 배경에는 20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의 최저임금과 38시간에 불과한 주당 근로시간 등이 자리잡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효율은 제품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GM 본사에서는 공장을 폐쇄하기 몇 해 전, 호주 내 자동차 생산비가 다른 해외 GM 공장보다 평균 3423달러 높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호주산 자동차 상산량도 2003~2004년 40만대에서 2013년 21만대로 급감했다. 고비용ㆍ저효율 구조는 그렇게 1년 새 세 곳의 공장을 철수케 만들며 5만여 명의 일자리도 앗아갔다.

일각에서는 호주 정부의 전략 부재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구조조정이나 노동개혁 등 생산성 개선 노력 없이 자금만 지원하며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르노그룹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최근 한국지엠 군산공장 철수 등을 겪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눈 여겨 볼 사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폐쇄까지 검토했던 바야돌리드 공장은 노조가 스스로 임금 동결과 초과근무수당 양보 등에 합의하며 2016년 ‘하버리포트’에서 전 세계 148개 공장 중 생산성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바야돌리드 공장 회생에는 노조의 희생과 양보 외에도 르노가 바야돌리드 공장에 투자를 시작한 점, 스페인 정부가 노동부문을 개혁한 점도 한 몫 했다.

국내에서도 르노삼성자동차의 사례를 살펴볼 만 하다. ‘벼랑 끝’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던 르노삼성차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희망퇴직으로 22%의 인원을 감축했고, 2012~2013년 임금동결,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긴급 특근 수용, 노사간 도시락 미팅 등을 통해 협력적 노사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2016 하버리포트에서 생산성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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