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자동차]인건비ㆍ생산성ㆍ노동 유연성…어느 것 하나 일본ㆍ독일車 보다 나은 게 없다

- 국내 완성차 5사 평균 임금, 도요타ㆍ폭스바겐 비해 높아
- 반면 생산성은 일본, 독일, 미국 업체들에 비해 떨어져…
- “노조, 대립적ㆍ국내적 시각 버리고 새 패러다임 갖춰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의 원인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높은 임금 수준 대비 낮은 생산성’이다.

여기에 노동시장 유연성이 경직된 정치적 상황까지 겹쳐 국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인건비, 생산성, 노동 유연성 등의 측면에서 일본이나 독일 업체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

자동차산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으로, 가격과 생산 유연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데 이같은 측면에서 퇴보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000년대까지 높은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 주도 전략 아래 단기간 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비록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를 겪으며 대우차(미국 제너럴모터스), 쌍용차(인도 마힌드라그룹), 삼성차(프랑스 르노그룹) 등의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각 업체 공장들은 합리적인 품질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왔다.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온 과정 역시 중소형 세단 라인업을 저렴한 가격에 어필한 전략이 성공한 덕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임금(2016년 기준)이 9213만원으로, 일본 도요타(9104만원),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서 한국(2만7538달러)이 일본(3만8917달러), 독일(4만1902달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 인건비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으로 봐도 과도한 수준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2016년 기준)은 12.2%에 달한다. 이는 통상적인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의 한계선인 10%선을 넘어서는것이다. 도요타(7.8%, 2012년)나 폭스바겐(9.5%) 등 경쟁사에 비해서도 높다.

이처럼 절대 임금과 상대 임금 모두 경쟁사에 비해 높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HPV(Hour Per Vehicle,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은 2015년 기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폭스바겐(23.4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낮은 생산 유연성도 발목을 잡는다.

파견제의 제조업 활용불가, 사내하도급 제한 등으로 경쟁사 대비 근로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신차 투입시기와 생산량, 판매차량의 물량조정, 공장라인 간 생산조정도 노조 동의 없이는 어렵다”며 “선진국의 경쟁업체들은 근로시간, 배치전환 등은 물론 파견제 허용 등을 통해 생산유연성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립적 노사관계 역시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일단 매년 임금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 임금은 2016년 9213만원으로, 2005년 대비 83.9% 인상됐다. 2012∼2016년간 기본급 인상률이 매년 3∼4%에 달했다.

점점 심화하는 경쟁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참여하는 건설적인 대타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는 1980년대 저임금 노동, 인권문제 등이 이슈이던 시기에 형성된 노동 보호적 패러다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적대적이고 국내적인 시각, 단기적 이익 배분형의 노사관계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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