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위헌인가…헌재, 10년 만에 저울질

-‘불로소득 과세’ 공익 vs ‘재산권 침해’ 사익
-2008년 헌법소원 각하 선례…본안심리 불투명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올 초부터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의 운명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26일 서울 강남권 등 8개 재건축단지 조합원들은 “환수제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서울 한남동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에 낸 헌법소원도 심리 중이다. 지난해 전직 대통령 탄핵 심판사건의 여파로 미뤄졌다가 최근 심리를 재개했다.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 한 명당 평균 3000만 원 넘는 이익을 얻었을 경우 일부를 정부에 부담금으로 내는 제도다.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분에서 ‘주택가격 상승률에 따른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과 세금, 개발비용’을 뺀 금액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물릴 수 있다. 지난 2006년 도입돼 시행되다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으로 2012년 12월 시행유예됐고 지난 1월 다시 부활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판단은 이익환수제가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과 조합원 재산권 침해 중 어느 쪽이 더 중대한지 저울질하는 데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 측은 ‘주요 조항들이 행복추구권, 평등권, 환경권 등을 침해한다’며 여러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 공익과 사익 사이의 ‘비례의 원칙’이 지켜졌는지 여부가 헌재 결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환수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하고 있어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게 청구인 측의 핵심 주장이다. 재건축 후 집을 팔지 않아 차익이 생기지 않았는데 세금을 물리는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인본의 김종규 변호사는 “환수제에는 세금을 냈는데 집값이 되레 떨어졌다면 그걸 만회할 보충규정이 없다”며 “부담금을 내는 사람이 최대 8억 40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감당할 수 없다면 결국 집을 팔라는 이야기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구인들은 집을 팔 때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데 추가로 재건축 부담금까지 부과받는다면 ‘이중과세’라는 논리도 펴고 있다.

환수제가 지난 1994년 헌재에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론난 토지초과이득세법(토초세)과 비슷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토초세는 1980년대 후반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땅값 급등 지역의 상승분 50%를 세금으로 물리고자 한 제도였다. 당시 헌재는 결국 땅값이 오르내려 초과이득이 없더라도 세금을 내야 해 부당하다며 토초세를 사실상 위헌으로 결론냈다. 토초세와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과 목적이 비슷해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고도 짚었다.

반대로 환수제는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이기 때문에 토초세와 동일하게 위헌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헌재는 과거 토초세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서 “과세 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에 미실현 이득을 포함시킬지는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판시했다. 국회에서 세부사항을 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이번 환수제는 조합원 1인 당 3000만 원 이상 이익을 얻을 때만 부담금을 내도록 했고, 부담금을 누진제로 설계했기 때문에 위헌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양도소득세에서 재건축 부담금을 필요경비로 공제하고 있다”며 “토초세 헌법 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가 지적한 점을 반영해 입법 기술적인 문제를 많이 해결한 것으로 보여 위헌 결정이 나올리는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헌재가 본안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는 이미 지난 2008년 같은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한 차례 각하결정했다. 아직 부담금 부과 사례가 없어 정확한 피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 이유였다.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의 현재성’을 요건으로 한다. 반면 청구인들은 “재건축이익환수법에서는 ‘조합이 재건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부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시행을 위한 초기부터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부과시점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 정부가 서울 강남권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재건축 부담금 청구서를 통지하면, 헌재가 그 이후 직권으로 본안심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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