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첫 ‘미투’ 나온 해군 “지난해 9월 선제조치한 사건…안타까워”

-군 첫 미투폭로 A대위, 가해자 부인에 생각 바꿔
-“군에서는 피해자가 대부분 떠나…조직 부적응자 낙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부대 내 첫 ‘미투’ 폭로가 해군에서 나왔다.

해군 A대위는 지난 2010년 직속상관인 P중령, 부대 지휘관 K대령에게 잇따라 성폭행 당한 사실을 26일 한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남성 중심적, 폐쇄적 문화가 강한 군부대 내에서 성추행, 성폭력 사례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나 ‘미투’ 폭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은 이와 관련 26일 “해당 사안은 해군 차원에서 여군의 애로사항 상담 등을 통해 인지하고, 지난해 9월 가해자들을 구속까지 시키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케이스”라며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으나, 피해자의 심경 변화로 이번에 이렇게 ‘미투’ 폭로로 나온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A대위는 재판 중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생각을 바꿔 미투 폭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A대위는 미투 폭로를 한 배경에 대해 “최근 미투 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며 “(생각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재판 중 가해자들이 보인 태도였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고, 사건을 부인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 모든 커리어를 흔들려 작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의 힘에 기대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여군 학군장교 임관식 [사진제공=연합뉴스]

피해자 A대위는 3월 중 1심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판은 길어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두 사람은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첫 번째 가해자인 P중령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두 번째 가해자로 지목된 K대령은 “김 대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대령 부인 역시 “A대위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A대위가) 임신 중절 수술 얘기를 할 때 나도 남편 옆에 있었다. 당시 남편이 김 대위에게 ‘성폭행이냐’고 물었고, 김 대위는 성폭행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K대령으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는 A대위 주장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남편이 성폭행한 것으로 지목된 숙소는 어느 대원이라도 들어와서 머물다 가는 기숙사형 숙소였다. 사랑관 관사가 베란다 앞이고, 방음도 잘 안되는 방”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A대령은 ‘군 조직이 폐쇄적이어서 이런 피해가 더 많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군에서는 피해 사실이 알려질 때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옷을 벗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조직 부적응자가 되는 것 같다”며 “지금도 피해 입은 여군이 있다면 이젠 얘기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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