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조사’ 거부하는 MB…방어 전략? 자충수?

-검찰, 오늘 2차 옥중 조사 시도
-“조사 거부하면 측근 피해 볼 수도”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구속 수감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는 한편, 법리 다툼에서 유리할 게 없는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8일 오전 9시 15분께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로 신봉수(48ㆍ사법연수원 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48ㆍ29기) 특별수사2부장 등을 보내 옥중 조사를 시도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거부 의지가 굳건해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옥중 조사’를 거부하는 것을 두고 법리 다툼에서 유리할 게 없는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3일 새벽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검찰 호송차를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64ㆍ14기) 변호사는 지난 26일 검찰의 첫 방문 조사를 앞두고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검찰의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추가 조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법리 다툼을 하기보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부당함을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이 이미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 조사에 응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 것으로도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한 사건인 만큼 조사를 받으며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서 본인 입장을 소명하면서 방어권을 행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거부는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어서 강제로 조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히려 한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이 추가 조사에 응하면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물을 확인하는 절차가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완강하게 입을 다물면 뇌물수수 등에 가담한 정황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김윤옥(71) 여사 등 가족과 최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할 수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함으로써 가까운 사람이 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조사 거부가 유리할 게 없다”며 “전략이라면 작전을 잘못 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혐의를 부인하고 조사를 거부하는 태도가 검찰 구형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66)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구속 상태에서는 검찰 조사에 응했지만 기소된 이후 건강상 문제를 들어 조사를 거부했다. 1심 재판 진행 중 같은 해 10월 구속이 연장되자 재판 출석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총 18개에 걸친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 규모가 크지 않아 추가로 변호사 선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상적인 수사 절차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기보다 전면 거부하는 쪽을 선택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4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의 강 변호사가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변호인들이 옆에서 전부 체크할 만한 상황도 안 된다”라며 “지금 입을 열어봤자 불리한 증거를 추가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을 듣지 않더라도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추가 혐의 입증까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런 특수 사건은 피의자가 당연히 부인할 것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다”고 말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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