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받고 부실감사로 갚기’ 관행 개선될까…회계사 첫 실형 확정 의미는

-대법, ‘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 회계사들 실형
-법조계 “법인 내부 통제ㆍ자정작용 기대”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 대 분식회계를 눈감아준 회계사들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부실감사를 이유로 공인회계사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눈 감아주기’식 회계감독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7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모(48) 전 딜로이트안진 이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모(47) 상무이사와 강모(39) 회계사도 같은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2013 회계연도에만 범행에 가담한 엄모(48) 상무이사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안진회계법인도 벌금 7500만 원을 내게 됐다. 


이번 판결이 회계사 업계의 자정작용을 촉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간 공인회계사나 법인이 부실감사로 재판에 넘겨진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데 그치면서 의도적인 부실감사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안진회계법인도 2013년 철강제조업체 해원에스티의 분식회계를 묵인한 혐의로 10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지만, 불과 3년 뒤 대우조선의 회계사기를 내버려둔 혐의로 또 한번 재판을 받았다.

금융투자 소송 전문인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수임을 위해 회사 잘못을 눈감아주려는 유혹을 받을때마다 회계사 개인으로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이전에는 관행으로 넘겼을 일도 앞으로는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법인 내부에서 통제하고 감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대우조선 주주들이 회사와 안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즉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회계사들이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검찰 논리가 대법원에서 인정되면서, 주주 측에 한층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주주들이 대우조선과 안진을 상대로 낸 30여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회계법인이 피감업체의 잘못을 인식하고도 눈을 감아주는 관행이 확인됐다.

배 전 이사는 2013ㆍ2014 회계연도에 외부감사를 하면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묵인하고 보고서에 ‘적정의견’을 써냈다. 부실감사가 드러나지 않도록 대우조선에 과거 방식대로 회계처리를 하라며 권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1,2심 재판부도 이들 회계사들이 단순히 실수를 한게 아니라 고의로 대우조선의 회계 사기를 눈감아줬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를 의심할 수 있는 다수의 이상 징후와 회계기준에 반하는 회사의 처리를 확인한 상태에서 이를 바로잡거나 추가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기재했다”고 했다. 허위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사기대출을 받아 이를 믿고 투자한 다수의 국민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힌 점도 실형 선고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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