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성희롱’ 인디밴드, 미투 첫 공식 사과…“터질 게 터졌다”

-공연 뒤풀이 자리서 성추행 비일비재
-일부 팬들 성추행 피해사례 ‘아카이브’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다수의 여성에게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라는 특수성을 악용, 성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잠자리까지 한 경우가 다수 있었고 일부는 반강제적이었다”

인디밴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던 밴드 더 모노톤즈의 멤버 최욱노(33) 씨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이다. 인디밴드계에서 미투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노톤즈는 페이스북에 올린 공지문에서 “그동안 최 군이 다수의 여성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을 접했다”며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에 통감하며 모든 중대한 사안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되도록 한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날 밴드에서 퇴출됐다. 

모노톤즈 전 멤버 최욱노 씨 페이스북 캡처

인디밴드 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디계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성희롱ㆍ성추행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은 팬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었다. 계속된 성폭력에 인디 팬들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자체적으로 ‘한국 인디밴드의 공연을 안 가는 이유들’이라는 제목의 성폭력 피해사례 모음 아카이브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아카이브에는 180여건의 피해사례가 올라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서 여성 팬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은 비일비재 했다. 팬들의 신체부위를 더듬거나 언어 성희롱을 하는 일이 가장 많았고, 술을 먹여 강제적으로 잠자리를 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 팬은 “홍대 공연 마지막 날 뒤풀이 때 공연장 바깥에서 술 깨려고 서 있었는데, 다른 클럽에서 공연있던 밴드 멤버가 갑자기 손 잡고 손등에 키스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다른 팬은 “손등에 키스하는 밴드맨이 왜 이렇게 많냐”며 “낭만을 핑계 삼아 그런 짓 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팬들은 인디밴드 특성상 팬들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성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인디밴드 멤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신모(21ㆍ여) 씨는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된 뒤풀이 자리는 이미 가수가 여성을 성적으로 농락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며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팬심을 이용해 잠자리를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디밴드 뒤풀이 자리에서 성추행이 자주 일어나자 알만한 사람들은 뒤풀이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여성관객을 잠재적 여자친구로 대하는 인디밴드가 달라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팬은 “여성관객은 당신들의 여자친구 후보가 아니다. 공연이 끝난 후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당신한테 관심 있어서가 아니다. 관심은 음악에 한정된 것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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