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저작권법 62조 2항부터 개정해야

도종환 시인이 장관인데 왜 출판인들이 시위를 해요? 아직도 대화가 잘 안되나요? 지난 3월 13일 저작권법 개정과 출판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출판인 대회를 열자 많은 분들이 던진 질문이다.

이날 거론된 저작권법 62조 2항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일반 시민은 별로 없다. 이 악법 조항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려면 30분은 족히 걸리니 개정 요구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공부하는 대학가의 광범위한 도서 복제를 일일이 문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대학생 1인당 연 1,200-1,300원을 대학이 수업목적보상금으로 납부한다.

그런데 저작권법 62조 2항에 따르면 이 보상금은 출판권자를 배제하고 저작권자에게만 간다. 같은 법도 도서관에서의 복사 보상금은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의 권리를 둘 다 인정하니 모순이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만든 조항을 정비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진작에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낡은 법과 규정을 곪아터지도록 바꿀 의사가 없다. 저작권 담당 공무원들은 저작권자들이 이 법의 개정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한두 저작권 ‘회사’가 반대할 뿐이다. 해외의 출판 선진국들도 우리 요구에 맞는 제도를 둔 경우가 없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문화행정, 출판산업 정책이 관료 주도이기 때문이다. 출판계는 저작권자의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이아니다. 저작권 보호는 출판인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왔다.

출판인들이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다. 애써 발굴한 저자와 함께 땀흘려 만든 출판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적정한 수익을 냄으로써 출판산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금 중립적 중재자로 자처하는 관료들이 저작권 보호에 앞장선 적 없다. 문체부는 도서관 정책에서도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도서관 이용자가 책을 이용하게 하려는 ‘선한 의지’가 강한 나머지 책을 싸게 살 궁리만 한다.

세상을 통합하는 것은 시장이다. 이것은 확인된 진실이다. 행정은 그 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보살피며 시장의 실패 영역을 보완하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관료들이 스스로 모든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모든 영역을 통괄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

부패한 독재정권이 늘 그러하듯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 낙하산 인사 등으로 책과 불화하고 출판계를 억눌렀다. 촛불 이후 세상은 바뀌었고 문재인 정부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과거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정부 아래 ‘책의 해’도 출범했다. 그러나 낡은 법과 행정부터 바꿔야 출판산업의 효율적 발전이 가능하다.

굶주린 어부와 따뜻한 밥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부의 구멍난 그물을 꿰매고 고깃배의 고장난 엔진을 고치는 일이 더 긴요하다. 62조 2항 개정은 그물을 손보는 일일 뿐이다. 아직 엔진 수리까지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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