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저성장 시대의 예능, 소확행 라이프스타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요즘 예능은 라이프스타일을 그 어느때보다 잘 반영하고 있다. 정해진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기만 했던 시절을 거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중 1~2가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요즘, TV 예능들이 대중에게 그 점에 대해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는 결국 행복이 무엇인지를 묻는 예능으로 귀결된다.

라이프 스타일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능이 JTBC ‘효리네 민박’이다. 대도시의 번잡한 생활을 벗어나 지방의 한적한 곳에서 사는 이효리의 집에 민박하면서 그런 삶을 조금 체험하게 한다.


6일 첫방송되는 tvN ‘숲속의 작은 집’도 그런 예능이다. 느리지만 단순한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행복을 찾아간다. 나영석 PD, 양정우 PD가 연출한다. 소지섭과 박신혜가 각각 속세와 단절된 듯한 숲속의 작은 집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해나간다. 전기, 수도, 가스가 없는 ‘오프 그리드’ 라이프를 실천한다. 시청자들에게는 ‘행복 실험’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줄 계획이다.

이런 예능들의 특징은 채워넣는 삶에서 덜어내는 삶으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문명에서 자연, 생태, 환경으로 돌아가려는 삶을 지향한다. ‘숲속의 작은 집’의 나영석 PD는 “우리는 너무나 많이 연결돼 있다. 카톡을 안보면 100개씩 와있을 때도 있다. 문자와 카톡을 끊으면 상사나 애인에게 혼난다. 이 모든 연결을 하루만이라도 끊고 살자는 게 기획의도에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시대라고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사이즈를 줄인 소확행(小確幸)이다. 작지만 나만의 확실한 행복이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 소비구조가 욜로와 짠내 사이에 있겠지만, 가성비가 아니라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이 큰 제품을 택하는 ‘가심비(價心費)’를 따지는 소비라는 자체가 사이즈를 줄이는 소비라는 뜻이다.

요즘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집안에 자신만의 조그만 휴식공간을 만드는 ‘케렌시아’가 유행이다. 케렌시아의 원뜻은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에게 달려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좁은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휘게(hygge)나 라곰(lagom), 오캄(au calme)이라는 단어도 그와 맞닿아있다. 모두 편안함, 평화로움을 추구하는 삶이다.

나영석 PD가 말했듯이, “이제는 혼자 있고 싶어. 날 안건드렸으면 좋겠어”라는 심리구조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더라도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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