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오락가락 교육정책, 철학부재가 문제다

요즘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주에는 대학입시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폐지를 대학들에게 강권하더니, 며칠 전에는 갑자기 주요대학들에게 내년 입시에서 정시전형 비율을 높여달라고 구두로 요청하였다고 한다.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초미의 관심사인 대학입시 제도를 크게 흔들 사안을,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하여 대학들에게 비공식적으로 강요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근본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행정은 공문으로 시행하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근대 정부의 원칙조차 훼손하였다. 모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겠다는 구(舊)시대적인 국가주의와, 옳은 일이라면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초법적 발상이 결합한 결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교육부 지침 사이에 일관성조차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수능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인데,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전형비율을 높이는 것은 반대로 수능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게다가 작년에 교육부는 수능을 절대 평가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다가 여러 반발과 준비 부족으로 결정을 유예한 바 있는데, 올해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수능이 절대 평가로 바뀌면 변별력이 떨어져서 대학들은 수능으로 뽑는 정시 비율을 축소하려 할 것이고, 이것은 이번의 정시모집 확대 정책과 상반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교육부의 대학입시 정책은 의도를 종잡을 수 없는 갈지(之)자 행보의 연속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여러 불만들을 깊은 철학적 고민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하려하기 때문으로 본다.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대하여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 이라며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나오니 그나마 객관적 점수로 결정되는 정시전형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학생들이 입시준비 부담이 많다고 불평하니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시 모집에서 수능을 배재하자는 발상이 나온 것이다. 일종의 교육 포퓰리즘인 것이다.

입시에서의 공정성, 학생 부담의 경감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앞서 대학입시, 아니 교육의 근본 목적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교육이란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에는 과거처럼 지식의 암기나 습득 능력보다 창의적인 발상이나 남들과 같이 살아가는 공감 및 협동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면 교육정책, 대입정책을 결정할 때에도 이처럼 학생들에게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고 측정하기에 가장 적절한 전형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철학 없이 이런저런 불만들에 대해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니 갈지자 행보가 나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부모와 수험생의 표를 의식해서 대입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고, 입시제도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모두가 예측 가능하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교육 및 대입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도 현행 대학입시에서 사용되는 객관식 테스트로는 미래 인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 하에, 2020년부터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대학입학 공통시험에 주관식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등을 평가하기로 하였다.

또한 논술이나 면접, 토론 등 다면평가 방법도 도입한다. 이러한 대입제도의 변화에 맞추어 고등학교 교육도 과거의 수동적 교육에서 ‘자율성, 토론, 깊이를 갖춘 학습’으로 전환하도록 교과과정을 바꿀 예정이다. 일본은 이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만 4년에 걸친 토론을 거쳤고, 앞으로 7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실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이처럼 철학이 분명하고 장기적 예측이 가능한 교육개혁 계획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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