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농촌의 복합갈등 ‘어찌하오리까’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내려간 귀농·귀촌인들은 대개 ‘원주민 텃세’로 인한 갈등을 토로한다. 반면 원주민들은 귀농ㆍ귀촌인의 도시적 개인주의 행태를 자주 꼬집는다. 제2차 귀농ㆍ귀촌 붐이 시작된 2009년 이후 농촌 원주민과 귀농ㆍ귀촌인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주된 모습이다. 도시와 시골의 문화 및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농촌의 갈등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쭉 함께 살아온 기존 원주민들 간에도 이런저런 갈등이 잦다. 귀농ㆍ귀촌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몇 년 전 부터는 귀농ㆍ귀촌인들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다양한 갈등들이 얽히고설키어 ‘복합화’하는 추세다.

지난 3월30일 강원도 H군청 앞. 일단의 주민들이 몰려와 ‘석산개발 반대’ 집회를 가졌다. 한 주민은 “문제의 석산은 마을의 한 귀촌인이 소유하고 있다. 환경오염 등 마을 전체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원주민, 귀농ㆍ귀촌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 철회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계속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 산골의 이웃마을에서는 축사증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한 원주민이 기존 축사보다 훨씬 큰 증축허가를 받아 이를 추진하자 먼저 동네 원주민들이 반발하며 증축 저지에 나섰고, 이어 귀농ㆍ귀촌인들이 가세했다. 한 주민은 “만약 증축을 강행한다면 원주민, 귀농ㆍ귀촌인 모두가 함께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전국 곳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몇 년 전 강원도 Y군으로 귀농한 한 부부는 “농장을 감싸고 있던 소나무 야산이 벌목되고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체험 및 치유농장을 만들겠다는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귀농ㆍ귀촌인들 간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전라도 전입 3년차의 한 귀농인은 “어느 정도 성공한 선배 귀농ㆍ귀촌인들은 대개 후배들의 농촌 정착을 진심으로 도와준다. 그러나 귀농ㆍ귀촌단체의 임원진을 독식하는 등 기득권화하면서 오히려 후배들의 진입을 차단하거나 자신들의 돈벌이에 이용하는 나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농촌의 복합갈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원인은 뭘까? 다각적인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귀농 9년 차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그 근본 원인은 ‘돈’이고, ‘나만 살고 보자’식의 욕심 때문이다. 원주민, 귀농ㆍ귀촌인 가릴 것 없이 농촌에서의 복합갈등은 철저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마다 약 5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귀농ㆍ귀촌 현상은 땅값 상승과 도시형 농촌문화의 확산, 그리고 원주민과 귀농ㆍ귀촌인 간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농촌 지자체에서는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 갈등관리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화합행사와 관련 교육을 실시해왔다. 이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복합갈등 해소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방향은 농업ㆍ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의 회복에 바탕을 둔 마을의 가치 높이기, 상생의 공동체 만들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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