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광장] 워라밸이 정답이다

“처갓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속담이 있다. 남성중심의 사고와 문화가 지배했던 조선시대의 세태를 반영한 말로 짐작된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요즘 시대에는 처갓집은 더 이상 경원의 대상이 아니라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가까울수록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삼종지도(三從之道)’나 ‘여필종부(女必從夫)’와 같은 남존여비사상이 강했던 옛날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렇지만 근대이후 전개된 페미니즘 운동과 남녀평등문화 확산 등에 힘입어 여성의 사회진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함을 바탕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마케팅, 디자인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남성들의 역량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사회생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에서 우리나라가 최근 5년 연속 꼴찌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사가 가려 뽑은 능력있는 여성인재들임에도 대다수가 관리자급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과 함께 그만큼 여성의 잠재능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채 사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직내에서 남녀 직원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이 남성에게 뒤처지게 되는 것은 바로 육아부담때문일 것이다. 과거보다 부담 비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육아의 대부분은 여성의 몫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워킹맘으로 일하다 결국 육아부담을 이기지 못해 직장생활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자료를 보면 20대 후반에 75%인 한국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30대 후반에는 58%로 뚝 떨어져 OECD 평균인 73%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 육아부담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이 발생하고 결국 얇은 여성관리자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정부는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여성비율을 고위공무원단의 10%, 공공기관 임원의 20%, 정부위원의 40%로 확대하겠다는 ‘여성임용 목표제 10ㆍ20ㆍ40’을 도입했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사회생활을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하에서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보다 많이 도입해서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본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야만 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워라밸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이미 상당부분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당초 의도한 대로 실효성있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구체적인 예로 육아휴직제도는 거의 모든 회사에 규정돼 있지만 육아휴직을 실제 사용하는 것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 2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84%가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눈치보지 않는 육아휴직이 가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워킹맘을 위한 앞으로의 워라밸 추진은 제도 도입도 중요하지만 도입된 제도들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일찍이 경영학의 3대 구루중 한명으로 꼽히는 톰 피터스는 “여성은 미래의 금광”이라며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와 인간의 감수성을 결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한다. 풍부한 감성과 섬세함을 갖춘 여성인력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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