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PD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성공시킨 비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안판석 PD(57)가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또 성공시켰다. 그다지 유별날 것 없는 두 남녀(손예진과 정해인)의 사랑에 대한민국에 설렘 주의보가 켜질 정도다.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 5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드라마를 잘만들어낸다. 26일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그에게 성공비결을 물었다.

“요즘 뭐가 먹힐까 하는 생각을 전혀 안한다. 나 또한 한 명의 관객으로 살고 있다. 소설 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내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재밌어 하는 걸 평소 메모하고, 하나씩 꺼내서 작품을 한다.”


안 PD는 “인간은 다 똑같다. 내가 과거에 본 매력적인 것은 보편성이 있다. 내 마음속에 있는 걸 작품속에 잘 배열한다”고 했다.

그는 “스토리를 저널리스틱하게 짜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인물 한명만 포착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쫓아가면 사람들이 빨려올 것 같다. 막연하게 시작점만 준다. 아무 것도 안짠다”면서 “내가 드라마 제작사 대표할 때 입사한 여직원이 30대가 돼 만났다. 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싶었다. 이 여성을 중심으로 어떻게 반응할지, 무슨 말을 하게 될지를 선택해서 7회쯤 가다보면 완전히 그 인물이 된다. 7~8부 대본을 보면 펑펑 울게된다”고 말했다.

안 PD는 “그렇게 인물만 좇아가지만 16부작의 서사는 대하 장편 소설처럼 거대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죄와 벌’도 4부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정도로 드라마가 어렵다”면서 “그래서 타임머신과 암도 넣고, 아버지의 원수도 넣는다. 이런 것 말고 16부를 견딜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을 가지고 실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 일간지에 실린 시 한줄(‘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아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오늘 넌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이 내 마음을 쳤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데 또 다르다. 오늘은 살아남은 자의 일상이다. 겉모습은 똑같아 보이지만 뭔가 변해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웃고 어떤 날은 운다. 반복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일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알아줄까? 용기를 냈다.”


일상의 변주를 택한 안 PD는 손예진(윤진아 역)과 정해인(서준희)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예진을 극찬했다.

“손예진은 링에 오르는 복서, 무하마드 알리 같다. 후드 가운을 입은 채 라커룸에 있다가 복도를 걸어나오며 관객들 틈에 비집고 나오다 링에 오른다. 손예진이 밴에서 내려 녹화장에 들어오는 게 마치 복서 같다. 당연히 성공해야지 하는 긴장감이 있었겠지. 20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였다. 아, 이걸(배우)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구나. 그녀에게 품위와 위엄이 느껴졌다”

안 PD는 정해인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추천을 받았는데, 여주인공의 동생역이 좋겠다는 말도 있었다. 내가 정해인이 나온 드라마의 짧은 클립 3개를 보고 주인공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감독님이 윤진아와 서준희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는 화양연화 이야기를 하셨다.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작품이다. 하루하루가 뭉클하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실제 연애를 훔쳐보는 것 같다는 분도 계시더라“면서 “아름다운 장면에 두 남녀배우가 서있고, 특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기가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현실감 있는 상황과 대사로, 누구나 연애하면서 한번쯤 해봤던 모습을 보여준다. 다큐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정도의 리얼함을 추구한다. 그래야 우리 사랑이 진짜로 보여질 것이다. 전에는 틀안에서 멜로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자유롭고 제약 없이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진아의 상황을 공감하며 찍고 있다. 직장여성의 애환,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며 노는 장면 등은 내가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감 가고 현실적이다”고 덧붙였다.

정해인은 “원래 캐릭터에 신경을 쓰느데, 이번에는 서준희가 어떻게 말하고 걷고 하는 걸 많이 체크해봤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연기할까를 생각했다. 멜로도 그중 하나다”면서 “초반에 조금 어색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누나와 동생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동생이 너무 능수능란하게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드라마를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성적이 별로 안좋았다. 이번에 대세 소리를 들으니 너무 부담스럽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그 수식어가 두렵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