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혹 나집 前 말레이 총리의 몰락은 부인 탓?

의붓딸 “어머니가 스캔들 몸통”
에르메스백·다이아 수집이 취미
쇼핑에 수십억 탕진 구설에 올라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과 사치 논란 끝에 권좌에서 밀려난 나집 라작(65)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는 명망 있는 정치가문 출신의 엘리트로 한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현지에선 그런 그의 몰락과 관련해 부인 로스마 만소르(67) 여사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집 전 총리의 의붓딸인 아즈린 아흐맛(33)은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모인 로스마 여사가 이른바 1MDB 스캔들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1MDB는 2009년 나집 당시 총리가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그는 이 기업을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아즈린은 로스마 여사가 자신과 나집 전 총리를 오랫동안 “감정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해 왔다”면서 나집 전 총리는 나중에야 1MDB 사건의 실체를 알았지만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기엔 너무 겁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로스마 여사가 해외계좌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금고에 보석과 귀금속, 현금을 쌓아왔다면서 “이 가족은 국민의 돈 수십억 달러를 훔쳐 쌈짓돈 취급을 했을뿐 아니라 뇌물, 갈취, 침묵, 불구 만들기, 살해 등에 썼다”고도 말했다.

로스마 여사는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에르메스 버킨백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등 사치 행각으로 나집 전 총리 재임기 내내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14년 나집 전 총리와 함께 미국 하와이 샤넬 매장에서 13만625달러(약 1억4천만 원)를 쓰고, 이탈리아 휴양지의 보석상에서 75만 유로(약 9억6천만원)를 결제해 구설에 올랐다. 1986년 민중혁명으로 축출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의 ‘구두 3000켤레’와 비견될 만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스마 여사가 2008∼2015년 뉴욕 삭스피프스애비뉴와 런던 해로즈 등 유명 백화점에서 600만 달러(64억원)가 넘는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한 신용카드 결제명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구별 중위소득이 2016년 기준 월 5천228 링깃(약 141만원) 수준인 말레이시아국민은 이러한 행태를 비난했지만, 로스마 여사는 “내 돈으로 내가 보석과 옷을 사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해 더욱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익명을 요구한 말레이계 주민은 15일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올해 총선에선 민생문제가 화두였는데, 이는 국민에게서 훔친 돈으로 온갖 사치 행각을 일삼았다는 나집 전 총리와 로스마 여사에 대한 분노와도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문호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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