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벌써 내년 인상안 논의] “연봉 4500만원도 최저임금”…최저임금 ‘과속’에 기업들 ‘멀미’

임금 역전·노조 입김 강화 등 부작용 우려
도입 취지와 달리 고연봉자 배만 불릴수도
높아진 임금, 제품가격 인상등 풍선효과
정기상여금·수당 등 산입범위 확대 절실
업종·지역·연령 따른 차등적용 등도 필요

“산입범위 확대도 안 되고, 이렇게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다면 2020년에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감내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우려가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지난 1년 간 산입범위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과속’이 계속될 경우 임금 역전 현상과 노조 입김 강화 등 부작용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저임금과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기대와 달리 대기업 고액 연봉자들의 배만 불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높아진 임금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물가 인상의 풍선효과도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노사의견 청취 [연합뉴스]

기업들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불거진 대기업 고임금 직원들의 무임승차 문제가 지난 1년 간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인상 논의가 시작된 데 크게 낙담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의 평균 4.3%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이 중 연봉 4500만원 이상을 받고도 최저임금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경연 측은 “현행 최저임금 제도에는 산입범위가 좁아 정기상여금이나 각종 수당 등이 제외되기 때문에 연 4500만원 이상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도 고용부 고시 기준 최저임금 연봉에 미달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와 정부, 기업들은 산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대부분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생산직에서는 수년 후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16.4% 만큼의 높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수년간 이어진다면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가장 낮은 호봉이 높은 호봉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임금인상 여파가 전체 호봉제의 임금 상승 부담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정부의 스탠스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입김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정조원 한경연 고용창출팀장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조와 사측 임금협상의 기준으로 쓰이기도 한다”며 “최저임금 근로자수가 4.3%에 불과한데 이들 임금이 16.4% 오른 것을 전체 임금 인상 기준으로 삼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서민층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역설적으로 지난 1년 간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코너로 몰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직격탄을 맞은 일부 영세 사업장은 심지어 외국인으로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박사)은 “외국인 단순기능인력이 2013년 49만9000명에서 지난해 53만4000명으로 늘었다”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긍정적이지 않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시급제 종업원을 쓰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기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업종이나 지역, 연령에 따라 다른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며 “산입범위에 무엇이 포함될 것인가와 관련한 논의도 결국 최저임금 현실화 과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어려운 사업장들에 억지로 최저임금을 맞추려 하기 보다는 음식점이나 농림업 등 영세 소상공인과 관련된 업종부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미정ㆍ이세진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