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지옥 사이 100㎞…‘예루살렘-가자’ 무엇이 갈라놓았나

美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팔레스타인 ‘분노의 날’ 유혈 충돌
외신 “트럼프정책, 중동갈등 부채질”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한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과 그로부터 약 60마일(약 97km) 떨어진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에서는 ‘극과 극’의 모습이 연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친(親) 이스라엘 정책은 두 나라를 ‘축제’와 ‘지옥’으로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건국 70주년을 맞은 이날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이 새롭게 자리 잡는 예루살렘은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개관식 행사에는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총과 새총, 총탄과 돌의 대결이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종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해 개관한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이스라엘군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에 의해 10대 소년을 포함 팔레스타인 시위대 50여명이 사망하고 3000명 가까운 인원이 부상했다. 이날 요르단서안 헤브론시(市)에서 중무장한채 바리케이트를 쌓고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겨냥하고 있는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에서새총과 돌로 이스라엘군에 맞서고 있는 팔레스타인 청년의 모습이다. 독일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측에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한 실탄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EPA 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수도”라며 “고대부터 세워진 유대 민족의 수도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축구팀인 ‘베이타르 예루살렘’은 이에 화답해 팀 명을 ‘베이타르 트럼프 예루살렘’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각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에서는 ‘생지옥’이 펼쳐졌다.

미 대사관 이전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4만명이 돌과 불을 붙인 타이어 등을 던지며 시위에 나서자 이스라엘군은 실탄 진압으로 맞섰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이날 공격으로 최소 55명이 숨지고, 277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일일 사망자는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적으로 폭격한 이후 최다치다.

이스라엘군은 또 접경지대 분리장벽 인근에서 발생한 폭력행동의 책임을 물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 훈련시설 5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 강화가 중동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이전하기로 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뿐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1967년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자국의 통합 수도로 여기고 있지만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전 결정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준 데다가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이-팔 분쟁 해결방안과도 충돌한다.

또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을 잇는 1.4㎞ 케이블카를 2021년까지 건설하기로 발표한 것도 팔레스타인을 자극했다. 이는 서예루살렘뿐만 아니라 무단으로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대한 관할권까지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양영경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