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돌발행위, 숨고르기? 북미회담 견제용? 태영호 때문?

통신문엔 ‘맥스선더’ 문제삼아
판깨기보다 ‘짚고 넘어가기’
미국 향한 메시지 가능성
태영호 국회강연 등 겨냥도

북한이 16일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무기한 연기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일단 북한은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들었다.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한미 공군 주력 전투기 등 항공자산 100여대가 참가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번 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현존 세계최강’으로 불리는 F-22 미공군 스텔스전투기가 8대 참가한다. 핵무기 등 32t의 폭약을 싣는 전략폭격기 B-52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목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공세를 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명분상 남쪽에서 치러지는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이지만,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남북관계를 잠시 쉬어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남, 대미업무를 동시에 관장하기에는 물리적 한계에 달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조치가 전면적인 남북관계 중단이나 북미정상회담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전반적인 ‘대화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와 비교하면 북한의 이번 발표 내용이나 수위는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라며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니고 뭔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 여종업원 기획탈북 등의 논란, 태영호 공사의 국회 증언 등이 본질적인 이유라고 본다”며 “북한에서 최고존엄과 체제 문제는 그냥 넘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이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회에서 강연과 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한 것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배경은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싱가포르)과 관련한 대미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을 취소함으로써 중대 담판을 앞둔 미국을 향해서도 ‘우리를 쉽게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일 수 있어서다. 남한을 겨냥한 듯하면서 미국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발표시각도 우리시각으로는 새벽, 미국시각으로는 오후 시간대를 노려 발표했다. 오는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도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이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핵무기 반출, 생화학무기 폐기, 인권 압박 등을 받고 있기에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로 남북회담 취소를 활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한국과 미국 군대는 현재 ‘2018 독수리(FE) 훈련’과 ‘2018 맥스선더 훈련’을 포함한 연례순환 한미 춘계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런 방어훈련은 한미동맹의 정례적 일상의 한 부분으로, 군사준비태세의 기초를 유지하기 위한 연례훈련 프로그램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 훈련의 목적은 한미동맹이 한국을 방어할 능력을 제고하고 준비태세와 상호운영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이들 연합훈련의 방어적 본질은 수십 년간 매우 분명해 왔고 변하지 않아 왔다”고 강조했다.

김수한·문재연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