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회담 돌연 취소 통보

판문점 선언 이행 첫걸음 삐끗
정부 “일방적 연기 유감스럽다”

남북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ㆍ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이행 첫걸음부터 삐끗거렸다. 북한은 1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무기연기한다고 일방통보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통보가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은 특히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내비쳐 한반도정세를 다시 거꾸로 되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훈련을 비난하며 16일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앞을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새벽 0시30분께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관련기사 9면

전날 오전 10시께 리 단장을 포함한 5명의 대표단과 지원인원 등 29명을 회담에 내보내겠다고 통보한지 14시간30여분만이었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8ㆍ15 광복절 이산가족ㆍ친척상봉 진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 등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회담 개시를 채 10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북한은 이날 새벽 3시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소동과 대결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대내외에 회담 무산을 공식화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것은 이달 11~25일 진행되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훨씬 더 위협적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또 맥스선더 훈련은 이미 11일부터 시작된 상태였고, 북한은 15일 이를 알고도 고위급회담 대표단 명단을 보내왔다.

군부의 반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을 비운 채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군 수뇌부를 대동하고 판문점에 내려오는 등 확고한 군장악력을 보인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선 조선중앙통신이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라고 비난했다는 점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강연과 기자간담회를 문제 삼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 역시 한반도정세가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지엽적인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각각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한국에는 체제와 최고존엄 훼손ㆍ모독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미국에는 한반도 전략자산 동원 훈련을 좌시하지 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의 첫걸음부터 어그러지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당장 5월 내 열기로 한 장성급 군사회담을 비롯해 이산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아시안게임 공동진출을 위한 체육회담 등 남북대화 개최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북미정상회담에도 후폭풍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일단 북미정상회담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으로부터 입장 변화를 통보받은 게 없다”며 “우리는 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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