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이 사람] 금융소송 11년 베테랑 김광중 변호사“수백명의 소액주주들 손해배상 피해자 대리가 속 편하고 힘 나”

“분식회계든 주가조작이든 금융 투자로 손해를 본 피해자들은 기업에 속은 건데, 나도 속이면 안 되잖아요. 또 속았다고 느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41ㆍ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11년 동안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 손해배상 소송을 전문으로 해왔다. 그에게 업계 관행과 달리 블로그에 소송 착수금, 성공보수부터 제출 서류를 밑줄 쳐가며 구체적으로 밝힌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변호사나 소송 피고 측에도 공개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잠재적 의뢰인에게 승소 가능성, 소송 비용, 참여 방법은 우선적으로 최대한 알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다. 김 변호사를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주 중앙고, 연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한결 금융투자 소송그룹 총괄 변호사 △前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자문 변호사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자문위원

한결의 금융투자 소송그룹 총괄을 맡고 있는 김 변호사는 2007년 초임 변호사 때 주가조작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을 처음 맡으며 이 분야에 눈을 떴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을 이끌고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김 변호사는 “소송도 궁합이 있는데, 저는 피해자를 대리하는 게 속이 편하고 힘이 난다”고 했다. 원고를 대리하며 전문성을 쌓다 보니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 쪽에서 의뢰해오는 경우도 두어번 있었다. 원고 측 논리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는 “오히려 원고 측 의사를 잘 알기 때문에, 조정으로 합의해서 회사와 원고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승소가 확정된 한솔신텍 분식회계 소송을 스스로 의미있는 사건으로 꼽는다.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에 직접 소송을 낸 첫 사례기 때문이다. 손해액의 70%가 넘는 배상금도 받아냈다. 그는 “연기금들은 국민 재산이기 때문에 손해를 입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그 전까지는 조직 논리 또는 책임 문제 때문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손해배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는 의미가 있었다”고 자부했다. 김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11개 기관 투자자들을 대리해 사채권 투자 손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최근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면서 금융감독원과 대한민국도 예비적 피고에 포함시켰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결론 낸다면 금융감독원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분식회계라는 결론이 나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행정소송 재판부가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승소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금융당국이 법원에 감사 조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해서 분식회계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금감원과 국가를 공동 피고로 제기한 것이다.

그는 “금감원이 기업을 징계한 다음 진행되는 형사재판이나 행정소송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법원에서는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해배상 민사소송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재판이 동시 진행 중인 대한전선 분식회계 사건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지만 최근 형사 2심 재판에서 분식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달에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외압을 행사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게 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의 옛 소액주주 가운데 70명 남짓이 참여했다. 승소하면 배상금의 절반 가량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기부할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나 구제를 받지 못해서 우리가 그 ‘도관’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혐의는 드러나지 않아서 결국 피고에 이름을 넣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죠.”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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