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5돌] “한반도 역사적 대전환 길목…경협은 남북상생 기회”

박승 前한은총재 인터뷰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두달이 채 안돼 6.12 북미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냉전시대 최후의 장벽인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박승(82)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 지금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 9일 서울 평창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박 전 총재는 “촛불혁명 이후 오늘의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대북관계 등 모든 면에서 판을 바꾸는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며 “특히 대북관계가 냉전시대 대결구도에서 평화협력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한반도가 외세의 패권 대결장에서 민족 자각(自覺)의 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민족 자각이란 외세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우리가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는 자각을 뜻한다. 박 전 총재는 오는 6월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2018 헤경氣UP 포럼’에서 ‘대전환의 시대…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박 전 총재는 남북경협이 한국과 북한 모두가 상생하는 큰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북한에는 9700조원(2012년 기준)에 달하는 무진장한 지하자원과 남한 임금의 10분의 1인 노동력이 있다”며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결합한다면 무서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으로 북한은 향후 10년 이상 8~10%, 한국은 5% 수준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남북경협을 퍼주기가 아니라 일종의 투자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남북경협이 되면 한국이 투자하는 비용의 3배에 달하는 이익이 돌아온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가 있다”며 “특히 900조원이라는 사내유보금을 두고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한국 대기업으로서는 좋은 투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 역시 대전환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산업화 엔진에서 소득주도 엔진으로 교체하는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박근혜 정부 때 2% 저성장을 보였던 것은 박정희 시대에 성공했던 낡은 산업화 엔진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수출 대신 소비, 특히 고부가서비스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서는 총론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부작용과 시행착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경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득 3만달러 시대’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통합을 주문했다. 박 전 총재는 “선진국의 경우 산업화와 민주화가 병진돼왔지만 우리는 산업화를 먼저 한 뒤 나중에 민주화가 됐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통합,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통합, 나아가 계층간, 지역간, 남북간의 통합을 이뤄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것이 바로 한국사(史)의 판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점이라는 의미”이며 “이를 이룰 때 비로소 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