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드루킹 특검 국면…검경 ‘신경전’ 점입가경

여야가 ‘드루킹’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에 합의한 가운데 경찰과 검찰 사이의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다.

특검으로까지 넘어온 중요한 사건을 두고 수사당국이 으르렁대고 있는 형국이다.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15일 오후 ‘드루킹 측 핵심 멤버 7∼8명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신청을 검찰이 또 기각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에 대해 윤대진 1차장검사 명의로 “해당 언론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을 겨냥한 입장문을 냈다.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게 아니라 형식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보완을 지시한 것일 뿐이라는 게 입장문의 요지다.

입장문에서 검찰은 “경찰이 ‘범죄사실에 대한 인지(입건) 절차’ 항목을 누락하거나 주소와 차량번호 등 압수수색 대상물을 잘못 기재해 보완을 요구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게 아니라 절차상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경찰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문 곳곳에는 경찰에 대한 불만이 미묘하게 드러났다.

검찰은 “영장 지휘검사와 경찰수사팀이 ‘수사보안을 유지하면서’ 상호 간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영장 신청 사실을 알리면서 영장 기각설을 나오게 한 경찰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의 표시로 읽히는 대목이다.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체포 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를 받는 쪽에 대비할 기회를 알려주는 셈이 된다”며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자세한 사실관계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 없이 수사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부정확하게 공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사실 검찰이 유감을 표하는 대상을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인지, 경찰인지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경찰을 겨냥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영장 신청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주체가 경찰이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유감이라는 단어에 ‘경찰이 수사기밀을 외부에 공개했고, 알린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며 경찰에 대한 이중 공격을 날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검찰 입장문은 양측간 신경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꼴이 돼버렸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정치적으로 드루킹 관련 수사를 두고 초기부터 압수물 송치나 영장 지휘와 관련해 불협화음을 냈다. 특히 경찰이 드루킹 사건 관련해 신속하고 충실하게 수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야권 을 중심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경찰은 영장 신청을 둘러싸고 검찰과 갈등이 계속되자 이를 우려한 듯 진화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신청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은 긴밀히 협조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여기서 더 대응해봤자 또 싸움만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검경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최근 청와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검경은 영장청구권 및 수사종결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은 양쪽의 권력을 배분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특검을 앞두고도 서로의 탓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검찰과 경찰 모두 밥그릇 챙기기에 경도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안 그래도 국민들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검찰도, 부실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경찰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나가보면 검찰은 경찰에, 경찰은 검찰을 향해 ‘정권 눈치를 보는 집단’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두 조직 모두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는(혹은 흔들렸던)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제 검경이 사건마다 상대방과 소모전을 벌일게 아니라 왜 자신들이 수사권을 더 가져야 하는지를 ‘성과’로 설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수사권은 권력이 아닌 국민들을 더 향하고 있는 쪽이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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