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작심반격’…북미정상회담 경고ㆍ남북고위급회담 연기

-北, 볼턴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에 강한 반발
-김계관 “우리는 리비아ㆍ이라크가 아니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은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중지하고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데 이어 내달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순항하는 듯하던 한반도정세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일방적 핵포기 강요 중단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엎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같은 날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 중지를 일방 선언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도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의도 놓고 혼선=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 대북강경파들 사이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선 핵포기-후 보상 등 강경론이 거론되는 데 대한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애초 북한이 이날 남북고위급회담 일방적 연기를 통보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의도는 명확해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더 위협적인 한미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인데다, 문제 삼은 맥스선더 훈련은 이미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탓이었다.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이 시작된 이후인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고, 15일에는 이튿날인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자며 대표단 명단까지 보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조선중앙통신이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라고 비난한 점에 주목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강연과 기자간담회에 대한 불만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과거에도 북한은 최고존엄과 자신들의 체제 비판에는 과도할 정도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반도정세가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지엽적이라는 반론도 샀다.

▷北, 트럼프 ‘새로운 제안’ 의구심 품은 듯=퍼즐은 김 제1부상의 담화에서 맞춰졌다. 김 제1부상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겨냥해 “‘선 핵포기-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ㆍ미사일ㆍ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며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과 달리 볼턴 보좌관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州) 오크리지로 반출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니는 등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을 밀어붙일 듯한 태세를 보이자 작심하고 반격에 나선 셈이라 할 수 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새로운 비핵화 대안을 제시하고 김 위원장이 높이 평가했다고까지 했는데,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해법을 설파하고 다니자 다른 속셈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단계적ㆍ동시적이긴 하나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선제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나섰는데 더 이상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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