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길 건널 때도 스마트폰 몰입 ‘위험천만’…거리는 ‘스몸비’ 몸살

-젊은층은 게임 뉴스ㆍ중장년층은 통화 삼매경
-서울시, 스몸비 대책으로 ‘바닥신호등’ 시범운영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어, 초록불이네”. 지난 15일 오후 인파로 붐비는 서울 강남의 강남대로. 신호등 초록불이 켜졌지만 수초간 아무도 건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건널 채비를 하는 이들도 손에 꼽을 정도다. 신호를 기다리던 행인들 대부분이 신호등과 차도 대신 스마트폰 화면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불에도 반응이 없던 시민들은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건너는 모습이 시야각에 잡히자 그제야 우르르 횡단보도로 쏟아졌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강남대로 10차선 횡단보도 두곳을 관찰한 결과, 길을 건너면서도 휴대전화을 사용하는 시민들은 10명중 2.5명 꼴로 쉽게 볼 수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신호등이 아닌 스마트폰을 보느라 제때 건너지 않는다. 신호등보다 주변 사람 움직임을 보고서야 건너는 ‘스몸비(스마트폰 좀비ㆍ길거리에서 스마트폰만 보느라 주위를 살피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가 점점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 김유진 기자/[email protected]]

젊은층은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계속보며 길을 건너는 유형이 많았다.

신호를 기다리며 쉴새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초록불이 켜지면 그 상태 그대로 자연스럽게 길을 건너는 식이다.

아찔한 순간은 실험을 위해 기자가 직접 스몸비가 됐을 때 발생했다. ‘건너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알아서 피하겠지’라는 생각으로 10차선 도로를 직진하자, 건너편에서 똑같이 스마트폰만 보고 걸어오던 행인과 어깨를 크게 부딪혀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깨도 어깨지만 누구 하나 스마트폰이라도 망가졌다면 한낮 무더위 속 니탓내탓을 따지며 언성을 높여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중장년층 역시 횡단보도 앞에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은 똑같았다. 

[전화통화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 김유진 기자/[email protected]]

젊은층처럼 스마트폰 액정을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는 모습은 덜했지만 통화하며 길을 건너는 모습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 역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행인과 주변 차들을 살피지 못했다. 통화에 집중하다보니 눈을 정면을 향해 있어도 앞에 오는 사람과 주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휴대전화(스마트폰)으로 인한 주의분산은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13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삼성화재 발생ㆍ접수된 1700여건의 보행 중 주의분산사고의 61.7%가 휴대전화(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했다. 연령대별로는 휴대전화 사용 중 발생한 주의분산 보행사고의 사상자는 10대(28.1%)와 20대(23.7%)가 과반을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연구소가 시내 4곳의 현장에서 관찰한 결과 전체 보행자의 20.3%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주의가 분산됐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 20.0%는 차량과 상충(충돌하거나 충돌 직전 피함)했다. 다른 사람과 상충한 비율도 17.1%로 나타났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좌우를 확인한 보행자는 15.2%에 불과했다.

나날이 늘어나는 스몸비족 대책이 절실해지자 서울시는 ‘바닥신호등’을 설치해 시범 운영한다고 나섰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더라도 신호가 바뀌는 모습이 쉽게 시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서울시는 2016년 시범 설치 후 내구성을 보완한 보도부착물도 시청역 주변 등에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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