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고통받는 10대 성소수자 “혐오 키우는 학교…더 위험한 공간”

-학생들 “선생님 한 마디에 존재 부정당하는 심정”
-전문가 “교육자의 차별ㆍ혐오 사법적 책임 물어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학교 선생님이 동성애자들은 부모님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된다고 했어요.”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10대 성 소수자들이 학교 내 혐오 표현에 노출돼 코너로 몰리고 있다. 또래집단의 괴롭힘은 물론 성인인 교사의 혐오 발언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사진=123RF]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 10대 성소수자 15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응답자들은 교사의 부정적 발언으로인해 자괴감을 겪은 사례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A(19) 씨는 과학 수업 시간에 교사로부터 혐오표현을 듣고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선생님이 ‘동성애자들은 성관계가 불건전하다’고 말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던 상태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나서 ‘아, 어떡하지. 난 잘 못된 사람, 안 되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가 아우팅 당한 사례도 있었다. B(19) 씨는 “선생님끼리 (누가 동성애자라고) 다 이야기 하는 게 무슨 상담이냐. 뒷담화하고 애들한데 전해서 소문하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수업시간에 대뜸 “너희는 동성애 하지마라. 내가 어제 카톡으로 동영상을 받았는데, 더러워 더러워”라고 말하는 경우나 “동성애자에 신이 분노해서 화산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피해는 본격적인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2014)’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성소수자 청소년 200명 가운데 92%가 다른 학생이 성소수자를 적대적이거나 모욕적으로 표현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또한 80%는 비슷한 상황을 교사로부터도 들었다고 답해 교사 역시 빈번한 혐오표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19%는 학교에 동성 간 교제를 이유로 청소년을 징계하고 각종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동성 간 교제를 금지하는 정책이 있다고도 답했다.

[사진=123RF]

성 정체성 확립에 길잡이 역할을 해야할 학교마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표출하면서, 고민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에서는 모 여자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성소수자 C양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양은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C양은 다른 친구와 나눈 글에는 담임교사가 “(학교에 소문이 난 게) 다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소문이 더 퍼지면 위험하다며 조심하면서 살라고 했다”며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전문가들은 청소년 역시 스스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배우고, 교사들 역시 성소수자에 관한 무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띵동 활동가 인섭은 “교사들의 직무연수 커리큘럼에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며 “본인의 개인적인 종교 및 신념에 기반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비과학적인 교육을 진행할 경우, 행정적ㆍ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짜를 기념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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