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는 어려워‘…딜레마 빠진 靑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청와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북한이 전날 돌연 고위급회담 취소를 통보해온데다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카드까지 꺼내면서 ‘북미 중매’에 난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콕 찍어’ 문제 삼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했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날 의제는 북한이 5월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 연기를 통보한 것이었다. 청와대는 회담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 “NSC 상임위 위원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과 6·15 공동행사 준비 등 앞으로의 남북관계 일정들을 판문점선언의 합의 정신에 따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사진=청와대]

다만 위기시 가동돼야할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는 계획에 없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와 관련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핫라인 통화 필요성’ 강조 발언에 대해서도 “문 특보의 말씀에 대해 저희가 별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전날 국회에서 “남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되지 않으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진의 파악 결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극도로 신중하다. 전날 미국과 달리 NSC 긴급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것도, 윤영찬 수석이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란 설명도 긴급 대응 보다는 신중에 무게가 실려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미 예고됐던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삼고 정부로선 막기 어려운 ‘태영호’ 문제를 제기하면서 청와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미국에선 북한의 ‘회담 일방 취소’ 행동과 관련, 대북 강경 노선을 견지해왔던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한다면 (미국의)전임 정부처럼 그런 북한과 끝없는 논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정보 분석관 출신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전날 “김정은이 더 큰 협상력을 얻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했다면 오판(誤判)”이라 말했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역시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내 예상이 정확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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