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ㆍ검찰 여성 62% “성희롱ㆍ성범죄 경험”…고충 처리는 미미

-검사 피해 발생률은 70% “서지현 검사는 빙산의 일각”
-신체 접촉도 22%…행위자 중 85% 상급자ㆍ91% 남성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법무부와 산하기관, 검찰 내 여성 구성원들의 절반 이상이 조직 내 성희롱ㆍ성범죄 등을 경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고충처리 시스템은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성희롱ㆍ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17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성희롱ㆍ성범죄 고충 처리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가 3월26일부터 4월 6일까지 2주간 법무ㆍ검찰 내 여성 구성원 819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90%에 해당하는 7407명이 응답했다. 불성실 응답자를 제외한 유효 표본 7188명 가운데 61.6%가 조직 내에서 성희롱ㆍ성범죄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사의 피해 발생률은 70.6%에 달했다.

법무부 성희롱ㆍ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의 조사 결과 법무부 및 산하기관, 검찰 내 여성 구성원 가운데 62%가 성희롱ㆍ성범죄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인숙 위원장은 “서지현 검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조사에 따르면 피해 유형 가운데 언어적ㆍ시각적 성폭력 비율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포옹, 입맞춤, 허리 껴안기, 허벅지 만지기 등 의도적으로 밀착하여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그 밖의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비율도 22.1%에 이르렀다. 성희롱ㆍ성범죄 행위자(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상급자라는 응답이 85.7%로 가장 많았고 남성이 90.9%로 대부분이었다. 피해 발생 장소(복수응답)는 회식 장소가 64.9%, 직장 내가 34.5% 순이었다.

피해 경험 이후 주변인이 이를 의심하거나 은폐 시도, 피해자 신상 공개 등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률도 12.1%였다.

권인숙 위원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유례 없는 정도의 피해 경험 응답률이 나왔다”며 “서열적ㆍ폐쇄적이며 남성 중심적인 조직의 성폭력 문화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지현 검사의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법무ㆍ검찰 조직 내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충 처리 시스템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위원회에 따르면 법무ㆍ검찰 내 259개 기관에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돼있지만 2011~2017년 동안 회의는 전체 통틀어 단 3회 이뤄졌고, 같은 기간 성희롱 고충 처리 건수도 18건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의 70.9%는 ‘피해자를 탓하거나 행실을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성희롱ㆍ성범죄에 대해 조직 내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68%는 법무부에 성희롱 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고충 처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전문화된 담당기구를 설치해 처리를 일원화하라고 권고했다. 사건이 접수됐을 때 조직 보호 논리에 따른 회유ㆍ은폐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성평등위원회’가 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 및 징계 요구,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성평등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가 70%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해자 및 조력자 신상 익명화, 행위자를 감싸는 행위 등 금지 행위를 세분화해 위반하면 징계하도록 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조직 내부통신망을 통한 피해자 색출 행위도 금지하도록 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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