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난기류] 발끈한 北에 트럼프·백악관 ‘신중모드’…트위터도 ‘침묵’

“한반도 비핵화 고수” 질문에 트럼프 “Yes”
北 반발후 13개 트윗 올렸지만 언급 제로
백악관 “우리가 따르는 건 트럼프식 모델”
北 ‘볼턴 고립’ vs 美 ‘프레임작전’ 대립구도

‘리비아식 비핵화’에 강하게 반발한 북한의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신중모드를 고수했다. ‘트위터 홀릭’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전 9시(한국시각) 기준으로 지난 24시간동안 13개의 트위터 글을 올렸지만, 북한의 반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자리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취소할지 우려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전혀 통보받은 바도 없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취소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고수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심스러운 행보는 ‘강 대 강’ 대응으로 세기의 비핵화 담판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비핵화 목표에 무사히 도달하기 위해 상황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신중함이 북한에 한수 접는 행보로 보이지 않도록 다층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강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발언에 “리비아 모델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우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모델’을 비핵화 방법론으로 규정한 한편,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 나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원칙을 재강조했다. 북한이 직접 ‘흡혈귀’라고 비난한 볼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하겠지만, 회담의 목적, 즉 CVID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새로운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핵무기 등을 테네시 오크리지로 신속하게 가져올 수 있지만, 핵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로라 로젠버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미 폴리티코에 “북한의 전략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역사적이고 상징적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볼턴 보좌관 사이의 간극을 넓히려는 것”이라며 “볼턴 보좌관을 고립시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전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해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며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CVID’ 언급한 점에서 강한 표현으로 자신들의 불만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함으로써 판을 흔들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닌 미국의 책임이라는 것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차례의 북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하고 싶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간전략에 미국이 보다 강한 ‘비핵화 프레임’을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워싱턴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봐라, 내가 북한은 믿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면서 북한을 보다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강경카드를 협상과정에서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프레임 전략’으로 치고 나오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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