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의 이슈프리즘] 상호주의 관광 통상 시대

오는 情이 고와야 가는 정이 곱다
풍경 보다 문화,人情 등 소프트파워 중시
관광외교 대두, 政經 협상에도 관광 영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여행의 3요소는 풍경, 문화, 사람이다.

지구촌 사람들의 국경을 넘는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처음 본 감동은 크지만 여운이 길지는 않는 ‘풍경 좋은 곳’, ‘명성이 자자한 관광지’ 보다는, 감동의 여운이 긴 문화와 사람(인정) 쪽으로, 인기 여행지의 기준점이 옮겨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한국인의 방문객 수에서 동유럽의 자그레브, 류블라냐가 서유럽을 대표하는 파리, 로마를 넘어선 점은 여행지의 명성 만으로 인기를 오래도록 끌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또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상처, 치유, 화해, 우정, 결혼의 키워드가 아로새겨지면서 베트남 구석구석 한국인의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 대중문화와 뷰티,웰빙,음식문화를 매개로 우정을 쌓아간 대만과 한국이 날이 갈수록 관광 교류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점은 여행지의 문화와 인정, 관광교류를 위한 양측 민관의 외교적 노력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 고리가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볼것’ 보다는 문화,인정,교류 우선=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은 생래적으로 평화이다. 불편과 비(非)평화 앞에서 천하 절경도 불편하다.

‘볼 것’에 비해 ‘문화적 정서’와 ‘인간미’, ‘평화 외교’가 여행의 주된 동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로 정감을 주고받으며 민간 외교적 교류를 키우는 일들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다.

최근 다자간 양자간 여행자 이동 동향은 ‘오는 정이 고와야 가는 것이 곱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바야흐로 문화 관광 교류의 ‘상호주의’ 시대이다. 올해 3000만명이 해외로 나가게 될 한국은 관광외교에서 대부분의 나라에 비해 우위에 있다.

2016년 500만명이 가고, 800만명이 왔던 한국과 중국은 2017년 ‘사드’와 ‘한한령’이라는 서로 기분좋지 않은 악재가 개입되면서 300만명이 가고 420만명이 왔다.


▶대만, 베트남 땡큐= ‘수퍼주니어’ 신드롬, 대만출신 멤버 쯔위가 속한 트와이스의 인기, 한국의 뷰티 테라피 강점, 한국음식의 독특한 매력, 두 나라 민관의 항공편 증설 약속 등을 매개로 대만인의 한국행은 2016년 61%, 2017년엔 2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인의 대만행도 각각 34%, 19% 증가했다. 작년 한국인 105만명이 대만으로 가고, 대만인 92만명이 한국에 왔다. 대만 인구규모에 비춰 우리가 간 것 보다 많이 온 것이다. 다만 일본에 대만인들이 한국행의 4배가 넘는 456만명이나 갔다는 점에 생각해보면, 대만인들을 상대로 더 적극적인 관광 구애 외교를 펼칠 경우 ‘중국의 냉담’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다.

한국인의 베트남행은 2017년 241만명을 기록해 전년대비 56% 늘었다. 2016년에도 154만명으로 34%의 성장률을 보였다. 해외여행 지불능력 즉 소득수준이 고려될수 밖에 없다. 우리는 241만명 가고, 베트남인은 32만명 한국에 왔어도, 베트남은 태국과 함께 불경기의 한국관광산업의 추락을 막아줄 정도의 높은 증가율로 화답했다. 베트남인의 한국행은 2016년 55%, 2017년엔 30%가량 증가했다.

대일 역조는 관광외교의 협상카드= 일본의 경우 한국과의 외교관계에서 수많은 악재가 있었지만 3년연속 하락세를 뒤집고 2년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 2016년 509만명, 2017년 714만명 일본으로 여행갔고, 일본인은 2016년 229만명, 2017년 231만명이 한국에 놀러왔다. 지난해 1억2700만 인구의 일본은 불과 1788만명(전체인구의 14%)이, 인구 5100만명의 한국은 무려 2649만명(전체인구의 51%) 해외여행을 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일본인들이 너무 적게왔다고 푸념할 일 만은 아니다. 일본인 해외여행객 중 13%가 한국을 선택한 셈이다.

한국인의 행선지중 일본행이 무려 27%나 된다는 점은 우리가 ‘채권자’ 입장에서 문화관광 협상때 중요한 카드가 된다. 일본내 한류에 대한 규제를 더 푸는 등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공공부문에서 노골적인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우리 국민은 그 나라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정부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어느정도 들어주는 눈치는 있다.


영국, 호주 방한 늘고, 독일은 섭섭= 중국은 인구대비로 따지면 별로 오지 않는편이다. 전성기때를 비춰봐도 한국은 전체인구의 10%가 중국에 가는데, 중국은 0.5%만 한국에 온다. 중화권을 제외한 나라 중 한국은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국가 중 하나이다.

실질적인 관광무역 역조가 심한 나라는 일본과 중국, 필리핀, 독일이다. 지난해 한국인 161만명이 필리핀에 가고 필리핀사람 45만명이 한국에 왔다. 해외여행 지불능력 등 사정은 태국, 베트남과 비슷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한국행은 급증하는 태국,베트남과는 달리 감소추세여서 섭섭하다. 그래도 필리핀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처럼 일본 보다는 한국에 많이 온다. 독일의 경우 한국에 불과 11만명이 왔지만, 한국인은 32만명이나 독일로 갔다.

최근 한국과 관계가 긴밀해 지고 있는 영국과 호주는 서로 일정한 비율로 관광교류를 늘려가고 있다. 우리가 영국에 16만명 갔더니 영국에서 13만명이 왔다. 인구 5000만의 한국이 캐나다에 27만명 보냈더니, 3600만의 캐나다는 18만명을 보내왔다. 균형잡힌 관광 교류이다.


홍콩, 말레이시아는 우리가 흑자=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는 인구대비 방문율 등을 따질 경우 우리가 흑자이다. 고마운 나라이다. 호주는 우리보다 인구가 절반인데도 우리가 27만명 갔더니, 15만명이 왔다.

세계인구 4위인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23만명 왔고, 우리는 35만명이 갔다. 인도네시아 내 거세게 일고 있는 한류, 한국문화 열풍에 비춰보면 우리측의 구애 마케팅이 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한국에 놀러온 외국인은 1334명, 일본에 놀러온 외국인은 2869명이다. 2014년까지 한국행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행 보다 줄곳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3년만에 상황이 심하게 역전됐다.

나라별로 한국과 일본에 간 숫자는 ▷중국 416만:735만명 ▷홍콩 65만:224만명 ▷싱가포르 21만:40만명 ▷말레이시아 31만:43만명 ▷태국 50만:98만명 ▷필리핀 45만:42만명 ▷인도네시아 23만:35만명 ▷베트남 32만:31만명 ▷미국 87만:137만명 ▷캐나다 18만:30만명 ▷영국 13만:31만명 ▷독일 11만:19만명 ▷호주 15만:49만명이다.

문화와 인정, 인감미 등을 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확충과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던 그들을 다시 불러모아야 할 때이다. 외교는 외교부 만 하는게 아니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적극 문화체육관광 외교에 나서야 한다.


소프트 파워와 협상력을 키워라= 대문 앞에 사람이 몰려들어야 잘 되는 집안이라고 했다. 사람이 많이 오가면 정치와 군사,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풍경 보다 문화, 인정이 부각되는 요즘,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일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문화관광 외교는 매우 중요한 국가전략이 되고 있다.

다양한 관광자원의 하드웨어, 소프르웨어는 민관의 통상, 외교 담판 등 때 거론되며 협상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다. 일부 국가는 대놓고 국민의 해외여행 행선지를 조절하며 외교통상의 지렛대로 삼는다. 요즘 양자간 다자간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문화관광 언론인, 오피니언 리더들의 상대국 방문이 공식처럼 따라 붙는 것도 관광이 외교통상의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한국에서 ‘K-스마일’ 친절 캠페인이 벌어진 이후, 선민의식을 가졌다고 거센 비판을 받던 파리시민들이 ‘친절 프랑스’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웃음이라고는 지을줄 모를 것 같았던 독일사람들이 ‘섹시베를린’ 캠페인을 진행했다. 문화적 자원을 가꾸고 확충하는 일 외에 친절한 태도를 갖는 것은 소중한 민간 외교이다.

abc@heraldcorp.com

▶2017년 나라별 관광출입국 (단위:만명)

국가 한국행 일본행 한국인의 방문

중국 417 735 300

일본 231 – 714

대만 93 456 105

홍콩 66 224 148

싱가포르 22 40 58

말련 31 43 30

태국 50 98 154

필리핀 45 42 160

인니 23 35 35

베트남 32 31 241

미국 87 137 130

캐나다 18 30 27

영국 13 31 15

독일 11 19 31

호주 15 4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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