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국회 보조금 해외출장비로 ‘펑펑’

올해 들어 12곳에 122억 지급
국회의원들을 회원으로 둔 5곳
회계정보 공개 않아 ‘법령위반’

매년 120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이 국회 소속 단체들의 ‘쌈짓돈’으로 쓰이고 있다. 국회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법인 중 ‘의원연맹’ 5곳 모두가 회계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법령을 위반했다. 뒤늦게 공개한 일부 연맹의 경우 국고보조금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비’로 썼다. 일부는 경비과다 사용으로 감사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회사무처는 구체적인 영수증 목록은 공개를 거부했다.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눈먼 돈으로 쓰이는 걸 국민들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18일 헤럴드경제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 및 국회사무처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는 모두 12곳으로 2018년 이들에게 지급된 예산은 총 122억4200만원이다. 국회소속 국고보조금 단체에 100억원이 넘는 혈세가 매년 지급되고 있지만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초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국고보조금법)’을 개정 해 올해부터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을 통해 국고보조금을 받는 단체의 회계정보와 결산정보를 공개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놨지만 국회 소속 법인 중 일부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지난 1월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고보조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법인들은 ‘e나라도움’을 통해 수입지출내역, 정산보고서, 재무제표 결산서를 4월30일까지 공개해야 한다.

12곳 중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아시아정당국제회의의원연맹, 아시아인권의원연맹, 한일의원연맹, 한국의회발전연구회 등 5곳이 4월 30일까지 공시를 하지 않아 법령을 위반했다. 6곳 중 5곳이 의원들을 회원으로 둔 의원연맹이다. 아시아인권의원연맹은 본지 취재가 들어가자 15일 회계 보고서를 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령 위반”이라며 “소관부처가 시정명령과 예산 삭감 등을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시자료를 올린 일부 단체들의 국고보조금의 상당수를 ‘해외출장과 숙박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나라보조에 공시된 아시아인권의원연맹의 수입지출 내역서를 보면 받은 예산 2억5500만원의 57%인 1억4600만원을 해외출장비로 썼다. 한일친선협회는 5500만원을 받았지만, 이중 3500만원이 체제비, 항공비로 쓰였다. 한일친선협회는 국회에 등록돼 보조금을 받는 단체지만, 국회가 공개한 현황 목록에는 없다. e나라 보조금에는 공시가 돼 있다.

국회에서 국고보조금을 받는 단체 중 일부는 출장경비 과다로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올해 2억5500만원을 지원받은 한국의정연구회는 여비과도 집행 및 업무추진비 집행증비 미비로 국회사무처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홈페이지도 없어 활동 내역을 파악할 수 없는 단체도 있다. 매년 6억3000만원을 지원받은 한일의원연맹도, 매년 3억2500만원을 지원받은 아시아정당국제회의의원연맹도 없다. 한일의원연맹 관계자는 “홈페이지 구축을 수차례 논의했지만 안만들기로 했다. 한일간 민감한 사안들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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