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당’ 대 ‘인물’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제주지사 선거

- 문대림, 압도적 정당 지지율…원희룡, 인물 평가 면에서 우세
- 이명박 전 대통령 만든 교통혁신…제주도서는 ‘글쎄’

[헤럴드경제(제주)=홍태화 기자] “원희룡이 괜찮은데, ‘자유당’ 같아서 좀 그래. 민주당 후보, 누군지 모르지만 우린 그래도 거기(민주당) 찍으니까.”

제주도 공항 앞 택시를 타자 60대 택시기사 김모 씨가 묻지도 않았는데 답한다. 제주도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 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한 상태다. 그러나 도민은 이를 대리전으로 받아들였다. ‘보수’ 원 후보 대 ‘문재인 대통령’ 문 후보의 싸움이다.

전모(58)씨는 “민주당 잘하지 않느냐”며 “문 후보가 대통령하고도 연이 있으니 큰 문제들을 잘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제주도에서 민주당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부터 이런 기조는 강화됐다.

[사진설명=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사무실 전경.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내걸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후보는 ‘문대림’이지만 도민은 뒤에 있는 문 대통령을 보는 셈이다. 관광산업이 도내 경제의 한 축인 점도 한몫했다. 국제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중앙정치의 영역인 외교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연이 있는 문 후보가 적임이란 평가다.

중앙정치를 한 원 후보가 ‘제주도’가 아닌 개인 정치를 펼친다는 분석도 감점 요인으로 꼽혔다. 중앙정치를 했기에 능력은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도민을 위한 정치엔 소극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앙차선제 시행으로 피해를 본 택시기사 사이에서 이런 기조는 두드러졌다.

택시를 운전하는 49세 고모 씨는 “원 후보 잘했지만, 제주도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 제주도 청년 다 백수인데, 왜 제주도를 생각하지 않느냐”며 “(이번에 교통혁신하며 늘린) 버스기사도 전부 제주도민으로 뽑았어야 한다. 연봉 4000만원씩 주고, 육지 사람들도 채용할 이유가 뭐냐. 오로지 중앙으로 다시 갈 생각에 ‘보여주기’ 하는 것이라고 느껴진다”고 질타했다.

제주도 내 중앙차선제는 차선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몇 차선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중앙 차선을 하나 떼어주면 오히려 교통혼잡이 심해진다는 지적이다.

[사진설명=한 택시기사가 “중앙차선제 때문에 제주도 내 교통혼잡이 심해졌다”며 한탄하고 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반대로 원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인물을 강조했다. 중앙정치 경험 면에서 문 후보가 아직 상대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원 후보는 16대부터 18대까지 3선을 지냈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그래도 원희룡 지사가 능력은 있었다. 이번에 민주당 바람이 부는 거지만 능력면에서는 아직 (문 후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도 “이번에 중국인 단체관광이 풀린 것도 원 지사가 힘을 써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문대림이는 청와대 잠깐 갔다 온 것밖에 없지 않느냐, 급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중앙차선제 등 대중교통 혁신도 자리를 못 잡아서 그런 것이지 이게 잘 시행만 되면 도민도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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