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이 위험해②]스쿨존 늘린다는데…아이들은 여전히 ‘위험’

-매년 교통사고 당하는 어린이 10만명
-불법주차ㆍ과속에 스쿨존도 ‘위험’
-상습 교통법규 위반 처벌 강화키로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 하교 시간을 맞아 학교에서 나오는 학생들과 곧장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뒤엉켜 도로는 혼잡했다. 특히 보행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이면도로에서는 차와 학생들이 뒤섞여 위태로운 상황이 반복됐다.

가장 문제는 도로변에 주차된 불법 주차 차량이었다. 학원과 어린이집 건물에서 나오는 아이들이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불쑥 나타나면 서행하던 차도 깜짝 놀라 급정거하기 일쑤였다. 이날 아이를 데리고 하굣길을 함께 한 임소미(36ㆍ여) 씨는 “불법 주차만 없더라도 도로가 조금은 안전할 것 같다”며 “매번 보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이 무색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 이곳에서는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나올 때가 잦아 운전자들도 깜짝 놀라는 상황이 반복됐다. 실제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 어린이 보호구역 중 절반이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학 길 학생들의 교통사고가 계속되자 정부가 어린이 보호구역인 ‘스쿨존’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스쿨존이 불법주차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등 현장은 여전히 위험 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어린이 안전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2개 부처 합동으로 14개 과제가 담긴 ‘어린이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중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확대 등의 규제 강화안이 포함됐다.

정부안에 따르면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어린이집과 학원에만 지정됐던 스쿨존은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과 학원 주변까지 확대된다. 통학버스 관리기준도 강화되고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14억원이 투입돼 스쿨존 주변 보행로 설치 사업도 시작된다.

이처럼 어린이 교통안전 규제가 강화된 배경에는 좀처럼 줄지 않는 어린이 교통사고율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10만6852명으로,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자 196명 중 87명(44%)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의 55%는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때문에 발생했다.

스쿨존 범위가 대폭 확대되지만, 정작 기존 현장에서도 스쿨존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스쿨존이라 서행하는 차량에게 통행을 막는다며 화를 내거나 스쿨존 주변이 불법주차구역의 온상이 돼버린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어린이 보호구역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91개소 가운데 46개소에서 불법주차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기존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를 대책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신호 위반 등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를 ‘고위험 법규 위반자’로 분류하고, 내년부터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처벌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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