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잃은 왕자’ ‘혼혈 신데렐라’…‘21세기동화’ 담은 500억 웨딩

13살때 엄마 다이애나비 잃은 英왕자 해리
이혼 겪은 흑백 혼혈 美 여배우 마클
윈저성 부속 세인트 조지 성당서 19일 결혼
흑인 의장주교·첼리스트 등장 등 ‘파격’
보안비용 포함 480억 결혼식비용 추산

‘엄마 잃은 왕자’와 ‘혼혈 신데렐라’의 결혼, 21세기의 동화다. 영국 해리 왕자(왕세손ㆍ33)와 미국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36)의 19일(현지시간) 결혼으로 영국과 미국 양국이 들썩이고 있다. 예식장인 윈저성 부속 세인트 조지 성당은 해리 왕자가 지난 1984년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품에 안겨 침례를 받았던 바로 그곳이다. 당장 영국민들의 만감이 교차할만하다.

어머니의 이른 죽음을 겪고 왕실의 ‘사고뭉치’, ‘말썽꾸러기’였던 해리 왕자가 의젓한 신랑의 모습을 갖춰가는 데 영국민들은 놀라워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마클을 만난 후 파티, 음주, 심한 흡연 등을 멀리하고 건강한 식단과 운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때 대마초 흡연과 나치 파티복 등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데서 ‘환골탈태’ 한 것이다.

신부 마클은 해리 왕자 이상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왕실의 신붓감으로서는 ‘파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마클은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에 영국인들에겐 외국인인 미국인이다. 여배우 출신이고, 이혼 경험도 있다. 나이도 해리 왕자보다 3살 많다.

영국 왕실에서 ‘미국인 이혼녀’와의 결혼이 처음은 아니지만, 82년 전만 해도 왕위를 버려야 할 정도의 금기였다. 흑인 혼혈 왕족의 역사를 찾아보려면 27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영국 BBC 방송은 “왕실 입장에서는 이번 결혼이 획기적 사건”이라며 “이는 최근 영국 내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는 데 따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인구의 3%를 차지하는 흑인 사회도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런던 뉴크로스에 사는 소녀 셰고 렝골로(11)는 뉴욕타임스(NYT)에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을 것”며 “마클은 첫발을 내디딘 용감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실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클의 ‘행동’이 더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마클은 그동안 유엔 여성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해리 왕자와 데이트하는 동안에도 여권 신장 관련 에세이를 출판했다. 11살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편지를 보내 여성을 ‘부엌데기’로 표현한 세제 광고를 바꾸게 한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약혼 후에도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왕실의 금기를 깨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여성 혐오자”라고 비판했다.

결혼식도 파격적이다. 혼배미사 설교는 2015년 흑인 최초로 미 성공회 의장주교에 선출된 마이클 커리가 맡았다. 흑인으로는 처음 BBC 방송의 ‘젊은 음악인’에 선정된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이 축하공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부의 전통적인 ‘복종서약’은 부부와 아내의 의무뿐 아니라 왕자비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포함한 ‘신부의 약식 연설’로 대체됐다. 해리 왕자와 마클은 하객들에게 결혼 선물을 7개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고 부탁했다.

웨딩플래너들은 이번 결혼식 비용으로 약 15억~30억원을 추산했다. 하지만 테러나 인종차별적 위협 등을 막기 위한 보안 비용을 포함하면 최대 48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왕실 결혼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영국 소매업리서치센터(CRR)는 이번 결혼식이 창출할 경제적 가치가 약 87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파이낸스의 추산치는 1조4500억원이다. 여기에는 결혼식을 보고자 영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쓰는 비용, 기념품 매출 등이 포함된다. 특히 마클이 ‘패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의류업체도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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